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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 10주년 일국양제의 빛과 그림자/ <下> 대륙에 가로막힌 민주화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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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 10주년 일국양제의 빛과 그림자/ <下> 대륙에 가로막힌 민주화 열망

입력
2007.07.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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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홍콩을 찾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많은 방문 일정 중 단연 눈에 띄는 행사는 홍콩주둔 인민해방군을 사열한 것이었다. 30일 진행된 사열에서 후 주석은 본토 군부대 시찰 때처럼 카키색 인민복(중산복)을 입을 채 10분여간 군을 사열했다.

이 장면을 본 홍콩인들의 머리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양복만을 입던 후 주석이 이 행사에서만은 굳이 중산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많은 홍콩인들은 정치적으로 홍콩이 중국의 일부임을 각인하려는 중국측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30일 열린 반환 10주년 기념식도 홍콩인들이 쓰는 광둥어(廣東語) 대신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로 진행되는 등 대륙 분위기를 짙게 풍겼다.

마틴 리 홍콩 민주당소속 입법회(의회) 의원은 “지난 10년간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된 게 없으며,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없다”고 전망했다.

사실 156년 동안 총독을 파견하고 입법회 의원을 지명했던 영국이 닦아놓은 민주화 조치라고 해봐야 반환 직전 입법회 60명의 의원 중 15명을 직접 선출토록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역시 반환 이후 직전 의원수를 30명을 늘였을 뿐이다. 중국도 영국처럼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행정장관으로 내세워 통치하고 있는 셈이다.

홍콩 야당들은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인단 800명중 중국이 600명을 사실상 지명한다는 이유로, 이를 가짜 민주주의로 폄하하면서 입법회 의원 전원을 하루 속히 홍콩 주민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홍콩 사회에서 정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나 지금이나 기형적으로 왜소하기 때문이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로 편입 전 일개 어촌에 불과했고, 영국 식민통치를 받는 동안 자치를 해본 경험이 전무하다. 정치를 현실 세계에서 제대로 작동해본 경험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홍콩 주민 피터 룩은 “홍콩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홍콩에는 홍콩식 민주주의 제도가 있다”고 현실을 옹호한다. 사실 홍콩에는 경제가 잘 된다면 정치는 답보해도 괜찮다는 의식이 팽배해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홍콩의 경제 성장, 사회의 안정 유지 관점에서 매우 점진적으로 또한 개량적으로 홍콩 민주화 문제에 접근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중국 반환 후 홍콩인들의 정체성 문제도 ‘우리는 중국인’이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한 주민은 “나의 조국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중국의 전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꺼이 중국인임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중국인임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주류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는 데다 광둥어를 쓰는 홍콩TV들도 반드시 자막에 푸통화를 넣고 있어 홍콩의 중국화는 시간문제라고 신환섭 KOTRA 홍콩관장은 전했다.

중국 당국도 베이징을 향한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홍콩의 이런 분위기를 읽고 나름의 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승마종목을 홍콩에서 개최하도록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중국이나 홍콩 모두 반일(反日)이라는 강력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만큼 베이징이 역사문제에서 반일 기치를 높이 들수록 홍콩의 중국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홍콩인들은 대륙에서 날아오는 공해물질, 0.85까지 떨어진 출산율, 갈수록 커져 가는 빈부격차 등을 주요 사회문제로 꼽는다. 하지만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홍콩의 번영을 깰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호화 엔진이 멈춰버리고,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면 민주화와 불평등 해소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빛이 삽시간에 그림자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홍콩=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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