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 집계에서 2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의 구체적 룰을 둘러싸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 사이에 신경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세부 룰을 만들게 될 당 여론조사 전문가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첫 회의를 갖고 논의에 들어가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위원회는 각 캠프측 대리인 5명을 포함,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양측이 박빙의 대결을 펼칠 경우 여론조사 결과는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직 논의 초반이지만 양측은 벌써부터 몇몇 대목에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위원회 강용식 위원장은 1일 “핵심 쟁점에 대해선 논의를 뒤로 미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진통을 예고했다.
가장 크게 이견을 보이는 대목은 여론조사 질문 방식이다. 이 전 시장측은 ‘가장 선호하는 대선후보가 누구인가’라는 ‘선호도’ 방식을, 박 전 대표측은 ‘내일 투표한다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지지도’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선호도 조사를 할 경우 지지도 조사 때보다 대략 4~5%포인트 더 높게 나온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지지도 조사 때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나타난다.
이 전 시장측은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뽑는다는 당내 경선의 취지상 선호도를 조사하는 게 당연하다”며 “여론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무응답층을 줄이는 선호도 조사로 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측은 “여론조사 결과가 곧바로 표로 환산되기 때문에 지지도 조사를 하는 게 맞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주로 지지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결국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 때처럼 ‘한나라당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적합도 방식으로 절충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적합도 조사는 선호도 조사와 가깝다.
더 세부적 논란도 있다. 조사 시간대와 관련해 이 전 시장측은 오후5시~10시 사이를, 박 전 대표측은 종일 조사를 더 선호한다. 젊은층, 고학력층에서 지지가 높은 이 전 시장과 노년층, 저학력층에서 강세를 보이는 박 전 대표측이 각각 자신들의 지지층 응답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측은 ARS(전화자동응답) 방식을, 이 전 시장측은 전화면접 방식을 선호한다.
이와함께 질문을 1차로 끝내느냐, 2차 질문을 하느냐 여부와 중립적 조사 기관 선정 방안 등도 쟁점이 될 사안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양측의 파열음이 8월18일 또는 19일에 실시될 여론조사 직전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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