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입니다. 사망자 4명 중 1명은 암으로 죽습니다. 사실상 모든 가정이 암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하는 슬픔을 겪은 피해자인 셈입니다. 더욱이 암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추락하거나 해체되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 암은 개인적 질병을 넘어 사회 문제이자 국가적 현안이 됐습니다.
이에 본보는 국립암센터,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우리 가정이나 사회가 암과 정면으로 맞서 이겨내자는 '암, 극복할 수 있다' 캠페인과 기획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크게 국내 암 치료의 현주소, 조기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 무너지는 암 환자 가정과 대책 등 3부로 진행되는 이번 시리즈에는 국내 암 권위자 62분이 자문교수로 동참,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암 치료 및 연구에 권위있는 교수 3명 중 2명은 현대의학으로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가 ‘암, 극복할 수 있다’는 연중 캠페인의 자문교수로 위촉한 62명의 암 권위자들을 대상으로 암 극복의 전망, 암 치료 수준, 암 발병 원인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차로 6월7일부터 12일까지, 2차로 26일부터 28일까지 이메일을 통한 서면 질문, 서면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62명의 자문교수 전원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문교수들 중 39명(62.9%)이 ‘현대의학으로 암이 정복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고 ‘암을 정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은 19명(30.6%)이었다.
그러나 암 정복이 가능하다고 보는 교수 39명 중 23명(59.0%)은 암 정복 시기를 ‘20년 이후’라고 답했고 ‘20년 이내 정복’은 15명(38.5%), ‘10년 이내 정복’은 1명에 그쳐 단기간에 암이 정복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의학계에 자리잡고 있음이 드러났다.
암 정복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실질적인 관심사이자 현안인 암 발병률을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권위자들이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금연,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등의 생활습관 개선과 조기 검진으로 암 발병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응답이 45명(72.6%)에 달했다.
암 권위자들이 자평하는 국내 의료진의 암 진단 및 치료 수준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응답이 5명(8.1%), 5위 이내가 21명(33.9%), 5위~10위가 28명(45.2%)이었으며 ‘10위권 밖’이라고 답한 교수는 7명(11.3%)에 불과해 대다수(54명ㆍ87.2%)가 10위 이내로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생긴다면 국내 의료진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냐’는 질문에 62명 전원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암 정복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정부와 각종 기관의 연구지원 미비’가 20명(32.2%)으로 가장 많았고 보건의료제도의 문제(9.7%), 기초의학 기피현상(9.7%) 등이 뒤를 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박병우 연세의료원 외과 교수는 “암세포의 발생, 성장, 전이에 대해 부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통합적인 해독 수준은 아직 미흡해 근본적인 정복은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암을 만성 질병으로 이해하고 관리한다면 10년 내에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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