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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달군 '이상한 나라의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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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달군 '이상한 나라의앨리스'

입력
2007.07.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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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 있는 세계 정상의 오페라 극장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130년 역사의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이 6월30일 이곳에서 개막했다. 개막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검고 긴 생머리의 여성 작곡가였다.

한국 작곡가 진은숙(46)의 첫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 성황리에 세계 초연됐다. 한국인의 작품이 이 극장에 오른 것은 1972년 윤이상 오페라 <심청> 이후 35년 만의 일. 더구나 현대 오페라가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두 달 전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을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2,0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2시간30분의 공연이 끝난 후 진은숙이 만든 선명하고도 활기찬 음악에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루이스 캐럴의 동명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것으로, 중국계 미국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대본을 쓰고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했다. 지휘는 이 극장의 음악감독 켄트 나가노가 맡았다.

영어 대사에 독일어 자막이 곁들여졌다. “단순한 멜로디를 통해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쯤 되는 형태의 작품을 쓰고자 했다”는 진은숙은 복잡한 수수께끼 같은 스토리를 듣기 편하고 익살스러운 음악으로 풀어냈다. 타악기 사용이 특히 두드러졌다. 그는 이 오페라를 아들 리윤(6)에게 헌정했다.

연출은 정적이면서도 상징적이었다. 검정색 경사진 무대의 윗부분에서는 앨리스 역을 맡은 소프라노 샐리 매튜가 커다란 탈을 쓴 채 노래와 연기를 했다. 와이어에 매달려 하늘을 날거나 땅 속으로 사라지면서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70세의 전설적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는 얼굴에 흰 칠을 하고 하트의 여왕을 연기했다.

경사 아래에는 검정 의상을 입고 석고상처럼 분장한 가수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이들은 고양이, 쥐 등을 연기한 배우들 대신 노래를 불러 마치 애니메이션의 더빙을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무대를 보여줬고, 노래를 하면서 흰 장갑을 끼고 인형극 같은 몸짓 연기도 함께 펼쳤다.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피아니스트 임수연씨는 “공연 전에 레드 카펫 행사가 열리고, 신문마다 작곡가의 인터뷰 기사가 크게 실리는 등 열기가 대단하다”면서 “한국인이 서양 음악의 중심에 침투해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극장이 발행하는 월간지 표지 역시 진은숙이 장식했으며, 앨리스를 테마로 한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진은숙은 공연을 마친 후 “유서 깊은 극장에서 작품이 초연돼서 기쁘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모두 너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히고, “다만 상징적인 연출 때문에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할까 봐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한 달간 이어지는 페스티벌 기간 중 2차례 더 상연되고, 11월에도 4회 공연이 예정돼있다. 2008~2009 시즌에는 LA 오페라에도 진출한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한국 작곡가의 오페라가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초연된 것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친숙한 소재만으로도 긴 생명력의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주로 활동하는 진은숙은 2004년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도 맡고 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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