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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몫 갉아먹는 스톡옵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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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몫 갉아먹는 스톡옵션 '잔치'

입력
2007.07.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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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타급 최고 경영자(CEO)에게는 항상 스톡옵션이 따라 다닌다.

스톡옵션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기업 경영을 맡았을 때 발생할 수 때, 회사이익에 반해 사적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대리인 비용)을 방지하고 경영성과를 자극하기 위해 도입된 것.

그렇지만 실제로는 CEO 스톡옵션이 우선시 되고 정작 기업과 주주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식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이 제도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포털 ‘야후’의 전 CEO인 테리 세멜은 5년10개월간의 재임 기간동안 무려 1,810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4억5,000만 달러(약 4,100억원)를 챙겼다.

테리 제멜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마다 주식 시장에서의 야후의 유통 주식수는 늘어났고,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주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테리 세멜의 재임 기간 동안 야후의 주가가 연간 5% 밖에 오르지 않은 것은 바로 테리 세멜의 빈번한 스톡옵션 행사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시스코시스템스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즐겨 나선다.

시스코 시스템스는 1994년 이후 12년 동안 CEO인 존 체임버스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모두 240억달러(약 23조원) 어치의 스톡옵션을 부여했고, 한편으로는 190억 달러(약 17조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스톡옵션 발행으로 주가가 떨어지자, 자사주를 매입해 유통 주식수를 줄임으로써 주가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1991년 시스코에 합류한 존 체임버스는 연봉 1달러만을 받는 CEO로 귀감을 사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회사 차원의 스톡옵션 부양책으로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존 체임버스가 지난해 스톡옵션을 행사해 벌어들인 돈은 6,100만 달러(약 550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의 실질적 수혜자는 주주가 아니라 회사 경영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맥 휘트먼이 CEO로 있는 온라인 경매 회사 이베이는 1999년 이후 5년 동안 임직원들에게 모두 8억2,700만 달러(약 7,600억원) 어치의 스톡옵션을 부여, 당시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발행한 기업의 하나로 기록됐다.

이베이가 이렇게 거액의 스톡옵션을 발행한 것은 당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톡옵션 발행에 수반되는 지출을, 회계상의 비용으로 계상하지 않도록 허용한 것과 관련이 있다.

만약 이 지출을 비용으로 처리한다면 이 기간의 이베이의 순이익은 재무제표상의 8억 4,000만 달러(약 7,720억원)에서 대폭 줄어든 1,300만 달러(약 120억원)가 된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한동안 이베이를 부정적으로 보게 한 요인이 돼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2006년부터 미국의 모든 기업들이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토록 회계기준을 개정했다. 1998년 이베이에 합류한 맥 휘트먼은 최근 스톡옵션을 행사해 6억3,000만 달러(약 5,600억원)를 현금화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주주이익이 종종 밀려나는 이유는 CEO가 재임기간에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 전권을 휘두르는 등 사실상 오너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면 오너 중심 체제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에서는 CEO가 많아야 수십만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고 이것을 행사하는 일에도 신중한 편. 그렴에도 불구하고, 스톡옵션은 애매모호한 성과측정기준과 과도한 보상문제로 늘 논란을 빚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더 많은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재훈 연구원은 “장기 성과를 기준으로 전문 경영인을 보상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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