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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미리마트 신입 2명 "취업문 이렇게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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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미리마트 신입 2명 "취업문 이렇게 뚫었다"

입력
2007.07.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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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도 정하지 않은 채 취업활동에 나서는 구직자는 목적지를 모른 채 표류하는 배와 같다.

그런데도 ‘일단 무작정 시험을 보고 합격하는 데 가자’라고 생각하는 구직자가 적지 않다. 이와 반대로 칠전팔기의 고통 속에서도 한 회사를 고집하는 구직자도 있다.

훼미리마트 신입사원 최진영(27)씨와 문혜경(26)씨가 그런 경우다. 그들은 회사에 애착을 갖게 되면서 회사를 알게 됐고,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취업문이 활짝 열렸다.

■ 최진영씨, "PR시대… 나를 알렸죠"

올해 초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훼미리마트 사옥 앞에서 한 청년이 건물로 들어서는 직원들에게 요구르트를 건네고 있었다.

훼미리마트 마크가 새겨진 티셔츠을 입은 옷차림으로 봐서는 영락없이 신입 사원이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는 직원들에게 요구르트와 함께 입사지원서와 훼미리마트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서를 나줘주고 있었다. 그는 사원이 아니라 입사 지원자였던 것이다.

그의 기행은 이 것만이 아니었다. 전날에는 훼미리마트 사옥 화장실 칸칸마다 자신의 자기 소개서를 붙였다. 보다 못한 훼미리마트 인사과에서는 그를 불러 “적극성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가점을 주거나 합격시켜 주는 건 아니다”라며 그를 돌려 보냈다.

현재 그는 훼미리 마트에 입사해있다. 최진영씨. 전공이 국제통상학이었던 덕분에 연구 주제로 훼미리마트를 자주 다루면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게 첫 인연이었다.

지도교수와 선배들도 훼미리마트를 긍정 평가했다. 반복적이거나 조직적인 일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도전적인 일을 좋아하는 성격이나 물류ㆍ유통쪽이 적성에도 맞는 듯 했다.

훼미리마트에서는 순환보직제를 시행하고 있어 다양한 직무를 통해 사회를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훼미리마트에 입사하겠다고 다짐한 뒤로는, 먼저 입사한 선배들을 수소문해 회사 인재상, 기업문화 등 다양한 정보를 미리 수집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막상 입사시험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섰다. 지원 서류를 접수하고도 가시방석이었다. 결국 발표 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기소개서와 요구르트를 들고 나선 것이었다.

“서류도 통과 못하고 떨어지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라도 해서 회사 선배들에게 저를 각인시키고 싶었죠.”

하지만 기행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면접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공세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꼭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용기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일단 무작정 지원해 놓고 합격하는 데 입사하자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대학 재학 시절부터 자신의 적성과 취업계획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적극성도 생기는 법이지요.”

■ 문혜경씨, "면접서 통계로 승부했죠"

지난해 말 훼미리마트 임원면접 현장. 한 임원이 여성지원자들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편의점을 관리하다 보면 때론 직접 물건을 나르기도 해야 하는데 여자 몸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대다수의 여성 지원자들은 한결같이 “여성스러운 세심함으로 승부를 걸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한 지원자만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남녀비율이 기재된 서류를 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편의점협회 자료를 보면 가맹점주들 중에서 여성이 ○○%를 차지합니다. 비록 육체적인 힘은 없지만 여성 가맹점주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남성보다는 제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통계의 위력은 취업 전선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앵무새처럼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가 면접자에게 더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훼미리마트에 입사한 문혜경(26)씨는 통계를 적절히 잘 이용해 취업난을 뚫은 케이스다.

문씨는 면접을 볼 때면 회사의 연혁과 시스템, 관련 업종의 추이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자신이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습득은 기본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홀히 하는 구직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갈 곳은 많다’라는 생각도 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문씨는 달랐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상ㆍ하반기 수시전형을 합쳐 훼미리마트에만 3번을 지원했다.

경제학과 출신인 문씨는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해 과외는 물론, 회계법인 업무보조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하지만 항상 서류더미 속에서 파묻혀 있는 것보다는 직접 사람들과 대면하는 일이 하고 싶었다.

문제는 내성적인 성격. 그런데 대학 졸업 즈음에 인천 교육청에서 대학수학능력 시험 원서를 접수받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재평가하게 됐다.

”학부모님들께 조목조목 잘 설명해주는 제 모습을 보고는 스스로 깜짝 놀랐어요. 내성적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는 다양한 직업군을 살펴보다 유통업으로 마음을 잡았다. 특히 대형마트가 아닌 편의점 운영은 유통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정도로 고객이나 가맹점주들과 직접 대면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상품주문부터 정산, 매출분석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데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바로 나타난 점도 끌렸다.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사는 곳은 삼각김밥이 안 팔리게 마련이죠. 그런데 가맹점 주에게 이런 점들을 설명하고 줄김밥으로 바꿨는데 매출이 오르면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죠”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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