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생활의 폭발적 확장이 지금의 목표인 것 같습니다. 경쟁적으로 더 잘 살아보자, 더 호화판으로 살아보자 해서는 안정은 없지요.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이것이 오늘의 사회를 움직이는 동기인 것 같습니다.”(김우창)
“초기 성장을 확보한 후에는 안정화라고 하는 성장속도의 저속화가 중요한데…민주화한 이후에 정부들이 이를 더 가속화한 결과 중산층을 불안정하게 하고 저소득층의 경제생활을 더 피폐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최장집)
2005년 봄 호를 끝으로 휴간한 인문사회계간지 당대비평이 단행본 <더 작은 민주주의를 상상한다> (웅진지식하우스)를 냈다. 당대비평의 첫 단행본으로, 당장 계간지를 복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잡지의 지향점을 담아 낸 것이다. 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교수가 ‘더 많은 혹은 더 작은 민주주의를 찾아서’를 주제로 나눈 대담은 87년 6월 이후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성찰이다. 두 교수는, 한국의 민주화가 권위주의는 무너뜨렸지만 민주화 이후 어떤 민주주의를 가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두 교수는 성숙이 아닌 속도와 성장에 대한 욕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주의에 반하는 목소리는 소멸 혹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타자를 배려하고 문제를 토의하는 ‘동네 민주주의’ 혹은 ‘작고 느린 민주주의’를 모색하자 강조한다.
6월 항쟁 당시 감옥에 있었던 부천서 사건의 주인공 권인숙 명지대 교수는 ‘6월 민주화항쟁, 그 이후에 찾은 질문들’에서 출옥 후 “전 국민이 마음을 모으고 행동을 같이해서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곧 운동권의 남성중심성과 민족주의에 좌절했고 진로를 여성학으로 돌렸다고 말한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의 대담은 조승희 사건에서 보여준 파행적 민족주의를 지적했으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정치 일반에 대한 불신을 퍼뜨림으로써 민주주의를 간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