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기가 말한 이른바 '영구혁명'을 낳은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자본주의는 또 다른 혁명적 시기를 맞아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그것은 활기찬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유발한 검증되지 않은 체제다.
그러나 충직한 친구든, 사나운 적이든, 이 체제의 출현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고삐 풀린 금융자본이 휘젓는 세계경제를 심층 분석하고 이를 '신자본주의(new capitalism)'라고 명명했다.
▦ FT가 꼽은 신자본주의의 특징적 양태는 크게 5가지다. 140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자산의 급팽창, 금융의 거래지향성 확산, 파생상품 등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현, 헤지펀드ㆍ사모펀드의 급속한 성장, 금융의 세계화 심화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등장을 가능케 한 배경은 자유화와 기술진보다.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금융부문의 규제완화 바람과 컴퓨터ㆍ통신 혁명이 신자본주의의 자양분이 됐다는 이야기다. 중앙은행을 통한 안정적 유동성 관리, 복잡한 파생상품 수익계산법 개발, 세계적 저금리와 유동자산 축적 등의 역할도 컸다.
▦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자산과 갖가지 첨단 금융기법이 지배하며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의식과 행동양태를 바꿔놓은 자본주의의 변이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낙관론자들은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체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전례 없는 수준까지 높였다며 2000년 세계 주식시장의 붕괴, 2001년 9ㆍ11 테러 등의 위기를 잘 이겨낸 것을 예로 든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금융여건이 지나치게 좋았던 까닭에 정체불명의 통제되지 않는 위험이 커졌고, 비인간적 이윤추구 기계에 희생된 임금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으로 사회불안이 가중됐다고 주장한다.
▦ 이런 논란과 주장은 우리에게도 무겁게 다가온다. 신자유주의로 채색된 글로벌 경제체제가 인간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는 미지수이지만, 추세를 거스르는 대응으로는 '공평한 빈곤' 이외에 달리 얻을 게 없다. 국가의 전략과 지도자의 비전이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좀 다른 얘기이나, 얼마 전 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이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조야를 휩쓸고 다니며 국익과 미래를 위한 활발한 경제외교를 펼쳐 세계적 뉴스가 됐다. 탐욕스런 자본도 동반자와 친구로 삼아야 살아 남는 세상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