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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황금 지붕' 피의 무덤으로 변한 이라크·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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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황금 지붕' 피의 무덤으로 변한 이라크·팔레스타인

입력
2007.07.0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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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지음 / 실천문학 발행ㆍ336쪽ㆍ9,800원

7월에 개봉하는 영화 <제9중대> 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그린다. <블랙 호크 다운> 등 미국산 전쟁 영화와는 다른 러시아 영화다. 새 소설집 <황금 지붕> 은 이라크 -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을 다룬 작품이다. <제 9중대> 가 구 소련의 시각으로 전쟁 읽는 법을 제시한다면, <황금 지붕> 은 비극의 현장에 뛰어든 반전 평화 운동가의 시선을 제시한다. 중동의 포연 속을 헤친 오수연(43) 씨가 소설집 <황금 지붕> 을 냈다.

가는 길은 멀었다. “문 앞에서 제일 반가운 사람은 점령군이고, 가장 기쁜 일은 그들에게 몸수색을 당하는 것이다.” (11쪽, <문> ) 관광청 직원이라고 속이는 경찰의 감시를 받아가며 비자를 얻어 내고, 활동을 펼칠 마을에 들어가는 과정은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신은 분노하고 있다고 소설은 쓴다. “어디 숨었는지 모를 독재자 하나를 겨냥하여 그 나라 전체와,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수십만 발의 미사일을 소모하기로 결단을 내” (68쪽, <소리> )린 세상에 대한 무력한 분노다.

전후 인플레이션 때문에 웬만한 물건을 사도 돈뭉치를 몇 개씩 지불해야 하고, 행여 돈을 빼앗길까 봐 굵직한 꺾쇠를 채워 두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진실 속으로 책은 독자를 끌고 간다.

미국을 현지인들은 극도로 불신한다. “독재자들에게 무기를 주고 학살을 묵인한 것도, 이제 와서 그 일을 들추는 것도 미국이야.” (120쪽, <길> ) 어린이들은 운동회 만국기에 있는 미국기를 찢어 버릴 정도로 그들의 적개심은 뿌리 깊다.

한국의 봉사대를 보는 시선도 편치 않다. 봉사단원들은 순수하고 진지하지만, 일부 한국의 봉사단은 “미국의 홍보 문건에 올랐다고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국내에도 뿌듯한 실적으로 급히 타전”하거나 “자기들끼리 또 싸웠다” (140~141쪽,<길> )

사막의 열풍 같은 소설집 중 <여름 방학> 은 유일하게 한국을 다룬 작품이다. 우리는 방학 때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소설은 상기시킨다. 즐겁게 뛰어 노는 장면에 언뜻언뜻 비치는 먹장구름처럼 우리의 현실은 동심을 강박한다.

광복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가, 교장의 훈시가 상기된다. 개학식 전날 “대통령이 총에 맞든지, 차라리 전쟁이 터지기를” (193쪽) 바라는 철부지 속셈에까지, 분단 이데올로기는 어떤 식으로든 강력히 작동해 왔음을 소설은 보여 준다.

작가는 2003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파견 작가 겸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지역을 다녀와, 이듬해 <아부 알리, 죽지 마 - 이라크 전쟁의 기록> 을 펴냈으며 지금은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www.palbridge.org)’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황금 지붕> 이란 이슬람인들에게 세계의 중심 또는 이상향을 의미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피로 만들어진 무덤을 의미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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