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섬이 부동산 사기꾼들의 미끼가 되고 있다.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단지 개발사업) 등으로 섬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무인도마저 ‘수익성 높은’ 투자 대상으로 둔갑하고 있다. 전남 완도의 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정부 개발사업을 들먹이며 가짜 개발정보를 제공, 수십 억원을 뜯어낸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J프로젝트 연계… 200배 땅값 부풀려”
김모(50)씨와 장모(42ㆍ여)씨, 박모(44)씨 등은 2005년 8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무허가 기획부동산 사무실을 차렸다. 이들은 전남 완도군 금일읍 일대 토지 27만여평을 매입한 후 정부의 J프로젝트를 빙자해 땅 사기에 나섰다. 장씨가 업체 대표를 맡았고 박씨는 상무 직함을 달았다. 총괄 지휘는 특별한 직함 없이 ‘김 회장’으로 불린 김씨 몫이었다.
사기에 동원된 수단은 텔레마케팅. 이들은 100명이 넘는 텔레마케터를 고용,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J프로젝트 추진으로 완도를 육지와 연결하는 99개의 다리가 완공된다” “펜션을 건축할 수 있다” “놀이동산과 호텔이 들어선다” 등 허위 정보를 퍼뜨린 후 땅값을 부풀려 팔아치웠다. 물론 이들이 판매한 땅은 J프로젝트와 관계가 없었다.
김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2006년 12월 말까지 240여명의 피해자에게서 34억원을 뜯어냈다. 특히 바다 위 암벽으로 둘러싸여 아예 건축이 불가능한 절벽형 악산(惡山) 1만800평까지 20명에게 팔아 넘겨 3억400만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공시지가 평당 159원인 임야는 2만5,000원~3만2,000원에 판매돼 최대 200배까지 ‘뻥튀기’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9일 장씨와 박씨를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조씨(52)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달아난 주범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다.
점점 늘어나는 ‘섬 개발 사기’
섬을 둘러싼 부동산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4월에는 인천 영종도 주변 섬들도 사기성 루머에 휩싸였다. S부동산 관계자는 “영종도 인근인 옹진군 북도면의 신도ㆍ시도에 대해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돼 추가 개발된다’는 헛소문이 떠돌다 지금은 잠잠해졌다”며 “당시 이런 말에 현혹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L부동산 관계자도 “영종도 인근 지역에 대한 추가 개발 계획은 오래 전에 알려져 이미 땅값에 반영돼 있는 상태”라며 “사기꾼들이 제시하는 땅들은 대부분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제 일반적인 토지를 내놓고 사기를 벌이면 아무도 안 걸려드니 섬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섬은 무언가 특별하다는 이미지나 희소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측면이 있다”며 “‘~할 수도 있다’는 추측성 계획으로 유인하는 경우는 부동산 사기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