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오 글ㆍ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발행ㆍ104쪽ㆍ8,000원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들어야 제 맛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책으로 읽어야 한다면 곧이곧대로 이야기만 있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내용이 더 좋겠다.
옛이야기를 새로 써서 들려주는 일에 매진하는 동화작가 서정오씨의 <꼭가요 꼬끼오> 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 우렁각시, 콩쥐팥쥐 같은 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각색한 일곱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다. 꼭가요>
잠시 어머니를 보려고 땅에 내려왔던 나무꾼이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고 선녀를 그리워하며 “꼭가요 꼭가” 외치다가 닭이 되어 ‘꼬끼오’라고 운다는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가의 능청스러운 설정이 원작보다 더 교훈적인 또 다른 이야기를 낳는다.
소심한 아이는, 빗자루로 변해있는 도깨비 덕분에 힘을 얻어 제멋대로인 반장에게 항의 하고, 외모에 자신 없는 아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못생긴 콩쥐와 이야기를 나누다 바꿀 수 없는 외모 때문에 기죽지 않겠다고 결심 한다. ‘학교의 주인은 너희들’이라며 체육시간에 운동장 청소나 시키는 얄미운 선생님 때문에 생긴 답답한 마음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주인공 복두장이 할아버지에게 토로하는 아이도 등장한다.
“옛날과 오늘을 잇는 징검다리를 만들고 싶다”는 작가가 말하는 옛 이야기는, 그 내용은 가공됐지만 원형은 살아 있어서 곰살 맞게 다가온다. 옛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끌어들여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고 고민할 법한 이야기의 소재로 적절히 바꾸는 능력이 돋보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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