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은 28일 학교에서의 인종 및 문화의 다양성 구현을 위해 거주지와 관계없이 학생들을 흑인과 백인 등 인종을 기준으로 삼아 각 학교들에 통합배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5대 4로 이뤄진 이날 판결은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학교에서의 인종의 다양성 추구보다는 학부모 및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우선시한 판결이어서 미국의 각급 학교에 상당한 파장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문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인종차별을 명분으로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학교 통합배정정책은 역으로 학생들을 인종에 의해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조슈아 맥도널드라는 백인 여성이 아들의 유치원 강제배정에 반발, 켄터키주 루이즈빌 교육당국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비롯됐다.
대법원이 학교 선택권을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선 경제ㆍ사회적 지위가 우월한 백인 학생들이 특정 학교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고 그동안 소수 인종 우대정책을 펴온 학교들이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점에서 결과적으로 소수 유색 인종의 학생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이번 판결은 인종에 따른 학교분리 자체가 불평등 대우라면서 흑인학교 분리 입학제도에 종지부를 찍고 통합배정의 근거를 제시했던 1954년의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판결에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결에 반대한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판결의 전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 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인종의 다양성은 고귀한 가치이지만 인종 중립적인 수단을 통해서만 달성되어야 한다며 학교 선택권을 요구한 학부모의 입장을 지지해 왔다.
이날 마침 세번째 합동 토론회를 가진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이번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대법원 판결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도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부정한‘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판결이 있기까지 많은 시민 운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며 “그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