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발행ㆍ300쪽ㆍ1만2,000원
한국의 교육열이 뜨겁다고 하지만,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입시의 문제다. 아이를 교양 있고 창의적이며 좋은 심성을 갖도록 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명문대학에 합격하도록 하는 것이 지상 목표다. 그것 때문에 이 난리다. 끔찍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그 경쟁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또한 현실이다.
독일 카셀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런 대한민국을 입시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입시만을 위해 준비한 것을 단판 승부로 결정하는 기괴한 나라.
그는 지금의 이 뜨거운 교육열이 인재를 죽이고 있다고 단언한다. 특히 명문대학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외투를 걸친 채, 성적 우수 학생을 선발해 대학의 기존 서열을 단단히 유지하려고 한다. 고교는 물론 초ㆍ중학교까지 대학의 식민지로 전락시키고 무한 경쟁을 강요한다.
아이들의 공부도 정답 고르기 훈련이다. 정답을 잘 골라야 엘리트가 된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또래를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 본다. 대학에는 들어갔으나, 이미 고교에서 게임이 끝났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렇듯,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을 신랄하고 근본적으로 비판한다.
그의 비판은 교육 문제에 멈추지 않고 국제경쟁력에까지 닿아 있다. 저자는, 출산율 저하를 염려하고 아기 울음이 사라진 마을을 걱정하면서 아이들 웃음이 사라진 놀이터나 골목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의아해 한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 점수 따는 기계일 뿐 더 이상 인적자원도, 인재도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입시에 목숨 거는 뜨거운 교육열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룰 수 없다.”
인재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대학은 특성화 다양화를 추구하며, 고교생 교육과 평가는 고교에 맡기고, 시험은 토론과 논술로 대체하라고 책은 요구한다. 이런 지적과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그 현실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입시 문제에 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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