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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책을 펼치면 골목길 살가운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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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책을 펼치면 골목길 살가운 소리가…

입력
2007.07.0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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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 글ㆍ정지혜 그림 / 사계절ㆍ40쪽ㆍ9,800원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52%가 아파트에 살고있고 매년 짓는 건물의 90%가 아파트다.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 철저한 보안시스템, 단정하게 다듬은 조경수와 주차장 등으로 상징되는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골목길에서 소리가 난다> 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이웃집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가’ 까지 알고 지내는 골목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작가가 그려낸 골목에서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소리가 들린다. 야채 파는 트럭이 서 있는 삼거리 슈퍼 앞 탁자에는 권커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며 “한 잔 들어.

엊그제 작은 손주 봤담서?” 라고 안부를 묻는 할아버지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고, 더 좁은 골목으로 찾아 들어가면 쌀집 아저씨의 자전거 소리, 허름한 실비식당의 설거지 소리, 새마을 이발소의 문을 여닫는 소리에 하루의 끝을 실감하게 된다.

사내아이들의 공놀이 소리, 고무줄 놀이를 하는 여자아이들의 노랫소리, 쿨룩쿨룩 창 너머 들리는 할머니의 기침소리 역시 골목풍경의 정겨움을 더하는 화소(畵素)다.

편리함에 맛들인 아이들에게는 자가용 한 대도 제대로 들어갈 공간이 없고, 대형마트까지 가기도 어려운 골목살이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골목은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느껴야 하는 쓸쓸함 대신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고 사는 ‘공동체적 삶의 아름다움’ 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평생 서울의 골목 풍경을 렌즈에 닮았던 김기찬의 사진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위해 서울 아현동, 월곡동, 북촌 등의 골목길에서 600~700장의 사진을 찍었다는 작가는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골목길의 매력에 빠져들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며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아파트 이전 부모세대가 뛰놀던 공간의 모습을 전함으로써 세대간 공감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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