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재개정 논란과 관련, 한나라당이 29일 열린우리당의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20개월 간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골칫거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범여권 내에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아 정상적인 국회 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부터가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이날 예정에 없던 김형오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사학법 재개정 논란의 매듭을 풀겠다고 나섰다. 핵심 쟁점이었던 개방형이사추천위원회의 구성 비율에서 학교운영위(대학평의회)측이 과반을 점해야 한다는 우리당의 주장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의 책임감에 따른 결단이었음을 강조했다.
28일까지만 해도 국회 교육위에서 학운위측과 재단측의 동수 참여를 주장하며 재개정안을 기습상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정도의 급선회였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명분’보다 ‘실익’을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종교계와 사학재단을 의식해 기존의 안을 고집하더라도 국회 의석 분포상 이를 관철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수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 것도 재개정하지 못하느니 조금씩 재개정의 여지를 넓혀가는 게 더 낫다”(이군현 의원)고 판단한 것이다.
압도적인 원내 1당의 위치도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형식상 국회 운영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파행 운영의 매듭을 풀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는 그간 사학법을 다른 민생ㆍ경제 법안과 연계한 데 따른 비판 여론이 비등했던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7대 국회에서 이번이 사실상 법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회기라는 점이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를 끌어낸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정부의 초반 국정 운영 과정에서 국민연금법과 사학법 등이 결국 발목을 잡게 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였지만 사학법 재개정안이 교육위→법사위→본회의 절차를 밟아 처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를 환영한 우리당 지도부와 달리 교육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우리당안 자체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당의 한 의원은 “교육위 의결 대신,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바로 처리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범여권 일각에선 로스쿨법이 또다른 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어찌 됐든 한나라당의 오랜 숙원인 사학법 재개정이 이뤄진 만큼 로스쿨법 처리를 확약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엔 한나라당이 두 법안을 별개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상황이 꼬일 가능성도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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