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프놈펜의 인간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프놈펜의 인간애

입력
2007.07.01 00:11
0 0

“혐 쏘움 아뚝(정말 미안합니다).”

기도를 올린다. 망자(亡者)의 넋을 위로하며 나직하게 기도문을 읊는 목소리가 보기에도 애처롭다.

써억 점란(42). 그는 28일 오후 한국인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차려진 프놈펜의 깔멧 병원에 있었다. 건설현장 노동자로 한국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그가 왜 이 곳을 찾았을까. “캄보디아에서 숨진 한국인들을 추모하고 싶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는 탑승객 22명 전원 사망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하지만 10년 전 사고의 기억 때문일까. 사건을 수습하려는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은 철저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훈센 총리는 만사를 제쳐놓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사흘 밤낮을 사고대책본부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자신의 경호인력을 포함, 최정예 부대를 밀림에 투입하는 열의를 보였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국무회의를 현장에서 열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의미로 모든 종업원이 한 달 동안 검은 리본을 달고 영업을 할 계획이라는 식당도 눈에 띄었다. 현재의 슬픔과 고통을 앞으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다짐이었다.

현지 교민들의 헌신도 감동적이었다. 캄보디아 전역에서 생업을 포기하고 달려온 교민들은 현장 수습과 분향소 마련, 장비 지원 등에 최선을 다했다.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했음은 물론이다. 고 조종옥 KBS 기자의 부친은 “여러분들이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같이 눈물 흘리며 세심한 배려로 보살펴 주셨다”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고통의 치유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지 모른다. 하지만 캄보디아를 떠나며 마음이 무겁지 만은 않았다. 프놈펜 거리 곳곳에서 만난 이들의 따뜻한 인간애가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놈펜=김이삭 사회부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