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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의 '관광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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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의 '관광싸움'

입력
2007.06.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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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업을 둘러싼 롯데가(家)의 집안싸움이 본격화됐다. 롯데그룹에서 롯데관광이 쓰고 있는 '롯데' 간판을 내리라며 소를 제기한 것.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롯데호텔 등 롯데그룹 계열사 3곳은 "롯데그룹과 아무 관련이 없는 롯데관광과 롯데관광개발이 롯데의 마크를 사용하는 것은 원고들이 쌓아놓은 명성에 무임승차 하려는 부정경쟁 행위인 만큼 금지돼야 한다"며 서비스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그룹 측은 "2000년 계열사 롯데닷컴 설립을 계기로 여행사업을 대폭 확장할 계획인데 롯데관광이 같은 심벌마크를 계속 사용하면 롯데그룹의 관광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은 "과거 신격호 롯데 회장과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간의 약정으로 사용승낙이 있은 후 30년간 롯데 마크를 사용해 왔다"며 "롯데는 이미 롯데관광의 브랜드 자산이기도 하며, 오히려 롯데그룹이 새로 관광업을 시도하는 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롯데관광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씨가 남편 김기병 회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롯데그룹과는 아무런 지분관계가 없다.

지난 73년 신격호 회장이 매제인 김 회장에게 롯데의 이름과 마크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롯데관광은 이후 동화면세점까지 운영하는 여행업계 큰 손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계열사인 롯데관광개발을 증시 상장시키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러나 신격호 회장을 제외한 롯데그룹 측 인사들은 오래 전부터 롯데관광을 탐탁치 않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70년대 롯데관광 창업 당시부터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신 회장이 계열사도 아닌 롯데관광에 '롯데'이름과 마크를 사용하게 한 것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관광이 이미 동화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1980년 롯데그룹이 롯데호텔 면세점을 따로 만든 것도 이런 내부 갈등이 밖으로 표출된 대표적인 케이스. 2000년에는 아예 그룹 내에 온라인 여행사인 '롯데닷컴'을 만들어,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출장 건을 롯데관광이 아닌 하나투어로 발주하기 시작했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여행업에 진출할 것을 선언하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가 일본의 세계적인 여행사 JTB와 합작해 만든 롯데제이티비㈜가 다음달 1일 출범하게 되면, 국내에 '롯데'간판을 단 여행사가 2개나 생기는 셈이다.

이는 두 회사 모두에게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부회장이 후계구도를 굳건히 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숙부 등이 이끌고 있는 다른 계열사와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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