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불도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통 큰’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다. 취임 후 좌파 인사와 이민자의 딸을 각각 외무ㆍ법무장관에 임명하는 등 포용정책을 펼친 그가 이번엔 최우선으로 추진 중인 교육개혁에서 반대파 의견을 수용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정부는 27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교육개혁법안 초안에서 핵심이랄 수 있는 ‘대학의 석사과정 학생 선발권 부여 조항’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논란 거리인 대학운영위원회의 정원 축소, 대학의 개혁안과 구체제 유지 중 선택 등 조항도 법안에서 빠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결단은 여론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그는 25일 대학총장협의회(CPU)에 이어 27일 학생과 교직원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프랑스 대학은 입학자격 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등록금 없이 입학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프랑스 최대 학생단체인 UNEF는 “교육개혁법안은 대학을 상업화하고, 등록금 인상으로 가난한 학생들을 궁지로 몰아 넣을 것”이라며 대학의 학생 선발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을 강력 반대했다. 그러면서 법안을 강행하면 학생시위가 다시 프랑스 전역을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무장관 당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결국 타협을 선택했다. 취임 후 첫 개혁 조치인 대학개혁법안이 갈등에 휩싸일 경우 자칫 35시간 근로제와 세제, 정부 개혁 등 산적한 개혁 현안들 역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을 우려한 때문이란 해석이다.
수정된 교육개혁법안이 사르코지의 당초 목표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성역이었던 대학에 칼을 댈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는 점은 분명히 소득이다. UNEF도 “정부의 열린 자세에 만족한다”면서 정부의 타협안을 환영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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