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사를 건듯한 네거티브 공방이 토론회에서 재연되지 않은 것은 경선후보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집권비전 선포 대회'라는 명칭에는 한참 못 미치는 토론회였다.
그동안 한반도 운하 공방에 집중되는 바람에 다양한 정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정치적 수사가 나열되는 경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 보수당 소속의 대처 전 총리 구상을 수용한 '줄ㆍ푸ㆍ세' 정책에서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행복국가론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철학적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경선후보들의 비전을 어떻게 녹여내어 하나의 한나라당 정책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토론회였다.
비록 의혹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은 거의 없었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두 경선후보 간의 팽팽한 신경전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골을 어떻게 메워갈 수 있을 지도 궁금해졌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 후보가 지난 두 번의 토론에서 보여주었던 기업인의 화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눈에 띈다. '좋은 질문입니다'로 시작하는 미괄식 어법과 '해봤습니다' 라면서 경험을 강조하는 화법은 경제 현장에서는 마찰을 줄이며 상대에게 확신을 주는 화법이지만 TV토론에서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운 화법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 때문에 대립각을 분명히 한 뒤 논증을 하는 두괄식의 화법을 구사하고자 했다. 그러나 토론 스타일의 변화가 매끄럽게 이뤄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토론에 약할 것이라는 일반 예상을 깨고 지난 두 번의 토론에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는 이번에도 역시 뛰어난 전달력을 보였다. 그러나 유신정권에서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역할과 같은 뼈아픈 질문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과거청산 방식을 비판하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런 재치의 발휘는 토론에서는 이기는 방법이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전쟁에서는 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에도 분위기 메이커 같은 역할을 했다. 그는 원희룡 후보, 고진화 후보와 함께 한나라당의 구태를 고발하고 한나라당을 보수에서 중도로 끌어오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정치부문에 있어서는 모두가 한나라당의 변화를 얘기하면서도 구체적인 변화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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