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은 156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던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10년 전 홍콩은 주민들이 짐을 싸 이민을 떠나면서 동방의 진주로 불리던 명성마저 빛을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이민자들이 되돌아오고, 도시 분위기도 다시 활력이 넘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주의 속의 자본주의란 미증유의 실험을 하고 있는 홍콩에는 여전히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있었다.
홍콩의 분위기는 반환 10주년을 맞아 떠들썩할 것이라는 예상과 딴 판이었다. 경축 깃발이나 플래카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26일부터 몇몇 고층건물에서 경축 네온사인을 켠 것이 고작이다. 떠들썩한 정치 행사를 반기지 않는 홍콩인들의 성향, 이를 감안한 중국 정부의 낮은 목소리 홍보가 그 이유였다.
중국 대륙에서 모든 매체가 반환 10주년의 의미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상인 기질이 몸에 벤 홍콩인들의 관심은 오히려 딴 곳에 쏠렸다. 7월 1일 시작될 홍콩 전역의 세일에 얼마나 많은 대륙인들이 몰려와 매상을 올려줄지 계산하느라 분주했다.
●홍콩은 호황중…"2003년 사스 충격서 탈출"
28일 ‘센트럴’에서 만난 메이 까오(27ㆍ여)는 “특별한 감회는 없지만 지난 10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2003년 홍콩 전체를 패닉으로 몰고 간 사스(SARS) 파동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의 경제 호황이 이를 상쇄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반면 홍콩을 넘겨주고 넘겨받은 영국과 중국, 홍콩 전문가들은 요란스러운 평가를
내놓는다. 가오스런(高祀仁) 홍콩주재 중국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은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서 자본주의 홍콩과 사회주의 중국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일국양제가 꽃을 피웠다”며 “10년 동안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리는 항인치항(港人治港)의 원칙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존 프레스콧 영국 부총리도 “일국양제의 운용은 훌륭했고, 홍콩은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한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마욕(馬獄) 홍콩중문대 교수도 “지난
10년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동의했다.
●"홍콩의 역할은 어떤 도시도 대신 못해"
홍콩의 주요 경제지표만 보면 당연한 평가인 듯하다. 10년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4배로 커졌고, 구매력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영국을 추월했다. 최근 5년간 평균 10%를 상회하는 중국 경제의 성장이 홍콩의 연 6~8%의 놀라운 성장을 가능케 했다. 중국과 홍콩의 2인3각이 척척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2005, 2006년 전세계 시장에서 상장총액 상위 5개사 중 3개사에 속하는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통해 상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경영 미래에셋홍콩법인 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상하이(上海)시장을 통해 상장됐더라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홍콩시장이 부여하는 국제적인 신뢰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환 이후 홍콩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에 비중을 둬온 중국의 역할도 적지않다. 대표적인 야당 정치인 마틴 리 입법회위원조차 “정치적 자유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홍콩의 미래 역시 장밋빛이다. 경제분석가 시몬 롱(34)은 “중국이 커질수록 홍콩도 커질 것이며, 홍콩의 역할은 대륙의 어떤 도시도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홍콩 경제구조, 아직도 완전한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일국양제, 극심해지는 홍콩의 빈부격차, 출산율 0.85라는 극심한 출산기피 현상 등은 홍콩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홍콩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홍콩=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 상하이가 홍콩 추월?
10년 전만 해도 주말에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좌석이 꽉 찼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홍콩에서 본토의 대도시로 향하는 비행기의 좌석에 빈틈이 없다. 1990년 이후 중국 정부의 상하이 집중 개발 정책으로 상하이 경제는 급성장, 과거 중국과 해외를 잇는 거의 유일한 관문이었던 홍콩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존 스와이어즈 앤 선’사가 홍콩 반환 10주년을 앞두고 제임스 포더 옥스퍼드대 교수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홍콩의 법ㆍ비즈니스 인프라, 효율적 행정, 자유로운 통화 유통 등을 감안할 때 상하이(上海)가 홍콩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상해가 홍콩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쉬우나 홍콩의 금융서비스를 비롯한 사업기반은 국제적인 반면, 상하이의 비즈니스 원천은 중국 내부에만 국한돼있다”고 분석했다.
BBC 방송도 아직까지 홍콩의 최대 장점인 금융부문과 관련해서는 상하이가 아직 필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중국 본토 은행의 업무는 아직까지도 소매금융보다 기업대출에 훨씬 더 치우쳐 있으며,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에 맞는 규제나 복잡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능력 등은 상하이가 홍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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