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무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 때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는 장마가 끝나면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소비자는 더위에 고통스럽지만, 음료시장에는 이런 무더위가 마치 단비와 같다. 그만큼 목마른 소비자들이 음료수를 자주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들은 덥다고 아무 음료나 사 마시지 않는다. 하나를 마셔도 건강을 생각하고, 이국적인 체험을 즐긴다. 그만큼 입맛이 까다로워졌다는 의미다. 음료업계도 저마다 차별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포장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몸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료인 ‘물’. 그러나 물도 다 같은 물이 아니다. 지난 1월 프리미엄 생수를 선언하며 첫 선을 보인 해태음료 ‘마시는 산소수’는 500㎖ 한 병당 1,000~1,200원으로 일반 생수 값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출시 한달 만에 100만 병이 팔려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주스로 유명한 미닛메이드도 한 병에 1,700원인 ‘스타일 워터’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산소수의 ‘라이브오투150’은 용존산소량이 150ppm에 달하는 고농도 산소음료로, 1급수보다 산소량이 무려 17배나 많다. 그밖에도 비타민 생수 등 다양한 기능성 생수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20~30대 남성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500~600원짜리 캔 커피도 프리미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서식품의 1,500원짜리 캔커피 ‘더블샷 에스프레소’에 이어, 롯데칠성이 최근 원두를 갈아 만든 1,000원짜리 캔커피 ‘칸타타’를 선보였다. 카페라떼로 컵커피 시장을 개척한 매일유업도 우유함량을 줄이고 고급커피 비중을 높인 ‘콰트라 바이 카페라떼’ 를 출시했다.
해외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국적인 콘셉트로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음료도 눈에 띈다. 한국 코카콜라 환타가 최근 내놓은 ‘자메이카 그랜애플맛’과 ‘브라질 포도맛’이 대표적이다. 포장도 브라질 삼바여인과 자메이카 레게 뮤지션을 내세워 이국적인 느낌을 극대화했다.
여름이면 신선도 문제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는 유제품도 이국적인 분위기로 여름특수를 노리고 있다. 작년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요구르트’로 프리미엄 요구르트 시장을 장악한 서울우유는 이번에 지중해 무화과와 올리브잎 추출물을 담은 요구르트 ‘지중해의 아침’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매일유업 요구르트 ‘라씨’는 인도의 국민음료인 라씨를 제품화했다. 레몬과즙과 허브 추출물이 들어 있는 ‘스윗플레인’과 파앤애플 퓨레를 첨가한 ‘파인애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또 스무디킹은 남미 열대과일을 활용한 ‘패션후르츠 패스포트’와 브라질 대표과일 ‘아사이’를 주 재료로 한 ‘아사이 어드벤처’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페루 아마존 우림지역의 열대과일 까뮤까뮤로 만든 ‘아쿠아 비타’를 내놓았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용기 업그레이드도 잇따르고 있다. 코카콜라가 30년 만에 페트병 디자인을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다.
손에 꼭 쥐어지는 ‘어고그립’은 잡는 부위의 촉감을 향상시킨 엠보싱 도트로 휴대가 편하다. 코카콜라의 녹차 브랜드 ‘밝은 하루 녹차’도 간편한 휴대를 위해 슬림한 곡선라인을 살렸다. 한국코카콜라에 따르면 지난해 놀이동산, 극장 자판기 등 야외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이 2003년 대비 6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레저 등 움직임이 많은 라이프 스타일 등이 음료업계의 프리미엄 바람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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