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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중만의 히말라야 가는 길] 첫 번째 이야기 - 나는 산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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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중만의 히말라야 가는 길] 첫 번째 이야기 - 나는 산이 싫다

입력
2007.06.2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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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꿈과 상상을 가지고 길을 떠난다.

절망으로 떠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과 희망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떠날 것이다.

여행도, 어쩌면 잠시 일상을 떠나 지금보다 나은 삶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얻고 되돌아 오는 일이다.

사진과 산을 무척 좋아하는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님의 초청으로 히말라야를 간다. (참고로, 나의 산행 길의 전력은 초라하기에 앞서 전무에 가깝다. 네팔을 떠나기 꼭 일주일전에 북한산을 다녀온 것과 몇 해 전 KBS의 기행 다큐 <그곳에 가고싶다> 에 출연, 제주도 한라산을 올라 갔다가 모노레일을 타고 하산한 경험이 나의 산의 레쥬메이다)

네팔로 떠나기 전 이번 겨울이 유난히도 추웠던 뉴욕의 전시회에 참석해 어떻게 하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몇 날 며칠을 고심했지만 서울로 돌아와 끝내 빠지지 못하고 이번 원정대에 소 끌려가듯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몇 해전 까지만 해도 카투만두로 가는 길은 방콕을 경유하다 보니 꽤나 먼 길로 느껴졌는데 인천을 떠나 한숨에 날아온 카투만두는 너무 빨리 도착해버렸다. 대한민국의 국력과 KAL의 힘이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한 카투만두는 마지막 3월의 햇살로 따뜻했다.

본격적인 히말라야 등반에 앞서 시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너무도 이국적인 이 도시와 네팔인들은 참으로 정겹다.

그리고 루크라.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행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다.

한걸음 두 걸음 점점 팀원들에 뒤쳐지더니만 주위에 셀파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나는 왜 여기를 왔는지.

왜 이렇게 힘든 길을 온 걸까.

이 길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은 행복한 얼굴로 오가고 있는데….

나는 산이 싫다.

카투만두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날아 도착한 루크라부터 곧바로 걷기 시작한 히말라야 가는 길. ‘나는 산이 정말 싫다.’ 중얼거리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다.

평소 운동 부족으로 오는 현상과 아마도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걸어 올라가는 (내리막길도 죽음이었다) 히말라야로 가는 길은 이렇게 나 개인적으로 절망스러울 정도로 힘들고, 아프고 그랬다.

왜 왔을까?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을 보고 느끼고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 그렇지만 왜 이렇게 모든 주위가 깜깜한지,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 하나.

언제 오늘의 끝이 오는 걸까.

루크라에서 팍딩까지 걸린 8시간(팀원들은 4시간) 너무 힘들어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하고 컴컴한 밤에 도착했다.

이렇게 나의 히말라야 첫 산행은 상상과 예상을 훨씬 웃도는 고통과 충격으로 시작된다.

산이 무얼까….

산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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