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 부통령의 대통령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남용을 폭로하는 심층 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해온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시리즈 마지막 회에서 체니 부통령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환경문제 등에도 적극 개입해 왔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체니 부통령이 산업적 이익을 위해 환경규제를 뒤집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로 오리건주 클래매스 강 문제를 부각시켰다. 2001년 당시 연방정부는 이 강에 사는 2종의 멸종위기 어류를 보호하기 위해 수로를 내 강물을 끌어다 쓰겠다는 농장주와 목장주들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은 행정명령 계통을 뛰어넘어 일선 부서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농장주들의 편을 들었고 결국 수로가 개설됐다. 수로가 열리자 강의 수위는 내려갔고 결국 미 서부 역사상 최악의 물고기 떼죽음 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체니 부통령은 내무부에서 19번째 서열의 일선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 직원에게 건 전화에서 “나, 딕 체니요. 당신이 클래매스 강 문제를 담당하는 모양인데 나에게 전화를 해 주시오. 음… 내 전화번호를 모르겠는데… 백악관으로 전화해주시오”라는 음성녹음을 남겼다고 한다.
체니 대통령은 네바다주 유카산에 핵ㆍ방사선 폐기물 저장소를 짓도록 밀어붙이기도 했고 대기오염 통제정책을 완화하기 위해 크리스턴 화이트맨 연방 환경보호청장을 물러나게 만든 것도 체니 부통령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체니 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강력한 이념적 입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방정부를 어떻게 휘어잡아야 하는 지도 훤히 꿰뚫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앞서 체니 부통령이 9ㆍ11 테러사건 직후 백악관 지하벙커에서 측근들과 함께 회의를 갖고 테러용의자에 대해 영장없는 비밀도청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최근 체니 부통령은 국립문서기록청 산하 정보안전감시국(ISOO)의 보안점검을 4년간 거부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회 등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체니 부통령은 또 참모의 규모나 인적사항을 철저히 감추고 방문자 기록을 수시로 폐기하는 비밀주의로 자신의 권력에 보호막을 쳐왔다.
체니 부통령은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부시 대통령을 앞서 나갔다. 상시 기구인 예산감독위원회 의장인 체니 부통령은 공화당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세금인하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부시 대통령 보다 더 자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체니 부통령실이 ‘세금정책의 허브’가 되면서 재무부가 백악관의 지시를 받는 구조가 됐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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