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란 / 문학동네무너져버린 백화점…돌아오지 않는 사람
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40명. 처참한 잔해에서 11일 만에 최명석(당시 20세) 군이, 13일 만에 박승현(당시 18세) 양, 17일 만에 유지환(당시 19세) 양이 구조되는 것을 사람들은 처절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 한 해 전 성수대교 붕괴에 이어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는 곧 ‘부실한 한국’의 붕괴였다.
며칠 전 한 신문에서 소설가 하성란(40)이 쓴 글을 읽었다. “유월이 오면 나는 도깨비처럼 생긴 공산당을 멸공 망치로 내리치던 반공 포스터와, 유월항쟁의 함성, 그리고 삼풍백화점을 떠올린다.” 그런 기억들은 우리 생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그의 소설집 <루빈의 술잔> (1997)의 표제작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소재다. 남편에게 트렌치코트를 사 달라고 조르던 여자는 남편과 만나기로 한 백화점에 약속시간을 20분 넘겨 도착한다. 그리고 그 백화점이 10분 전에 주저앉은 것을 본다. 남편은 실종됐고, 여자의 삶은 한 순간에 ‘주머니 뒤집히듯이’ 먹혀버리고 만다. 루빈의>
하성란과 2001년에 ‘문학기행’ 취재차 삼풍백화점 사고현장을 찾았었다. 지금은 초고층빌딩이 들어섰지만, 그때만 해도 현장은 철골로 완전히 차단된 채 공사중이었다. 현장 사진을 찍기 위해 길 건너 맞은편 고층건물의 경비원한테 사정해서 옥상 위로 올라갔다.
하성란은 “최명석 군이 아르바이트했던 가게 주인이 이웃의 절친한 언니였다. 최군 대신 내 막내 여동생이 그곳에서 일할 뻔했었다”며 “모든 상식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마는 악몽 같은” 우리 일상을 이야기했다. 백화점이 무너져버리고 움푹 패여있던 그 현장은 곧 우리 삶의 허방이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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