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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 詩의 인터넷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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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 詩의 인터넷 수난 시대

입력
2007.06.2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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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53) 시인은 얼마 전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보다가 흠칫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생면부지(?)의 시가 자기 작품으로 둔갑해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가 살피니 한 지상파 방송사의 일일연속극에서 신랑이 결혼 소감을 대신해 그 시를 읊었단다.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서로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시는, 그러나 시가 아니었다. 자신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2004)에 실린 <강물에 띄우는 편지> 의 일부였다.

시인은 인터넷에 ‘도종환 시’를 자칭하는 정체불명의 글 때문에 겪은 마음 고생을 창비주간논평(weekly.changbi.com)에 토로했다. 방송 이후 많은 네티즌들이 저마다의 희망사항을 담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를 생산하고 있는데 “문제는 자기 이름으로 올리지 않고 내 이름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읽기 좋게 문장을 끊어 쓰는 인터넷 관행 때문에 산문이 시로 오해된 모양”이라며 “지난 주 한 대학에서 교지 권두언으로 쓰겠다며 허락을 구한 시도 내 산문을 행갈이해 적당한 제목을 붙인 것이더라”고 말했다.

시인이 밝히는 시의 수난은 다채롭다. 한 사외보에서 게재를 청한 시는 자신의 2연짜리 <흔들리며 피는 꽃> 에다가 누군가가 구문, 어법을 흉내내 3연을 창작해 붙인 것이었다.

사전에 연락이 오면 다행이지만, 여러 단체의 단체집, 소책자에 허락도 없이 실린 작품을 보는 일은 곤혹스럽다. 오탈자는 말할 것도 없고, 명백히 다른 사람의 작품에조차 자기 이름이 버젓이 박혀있으니 말이다. 대개 인터넷에서 변형된 것을 확인 없이 옮긴 까닭이다.

정호승, 안도현 시인 등과도 동병상련하고 있다는 시인은 “토씨 하나 틀려도 의미가 변하는 게 시인데 행여 누가 망가진 시로 나를 평가한다면…”하며 한숨짓는다. 무단사용 금지는 언감생심이다. “내 작품인지의 여부와 출처를 알려줄 테니 내 시를 쓸 때 꼭 연락 달라. 그게 여의치 않다면 원본과 비교해보는 수고라도 감수해 주시길.”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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