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옥아. 차리리 엄마를 데려가라. 불쌍한 내 새끼 어떻게 보내나.”
머나먼 이국 땅의 깊은 밀림 속에서 딸을 하늘로 보낸 어머니는 울고 또 울었다. 넋을 놓아버린 어머니를 부여잡은 동생도 언니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 흐느꼈다.
여름 휴가에 나섰다 변을 당한 이명옥(28ㆍ여)씨의 어머니 서만숙씨가 “얼마나 착했는데…”라며 계속 울부짖자 여동생 윤미씨는 “엄마. 내가 잘 할 게 언니 보내주자”라며 위로하기도 했다.
28일 오후 1시30분(이하 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깔멧병원. 한국 관광객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PMT항공 AN-24기 추락 사고 희생자의 합동분향소는 울음바다가 됐다. 살아서 만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생과 사를 달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며 유족들은 너나 없이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목 놓아 울었다.
금쪽 같은 아들과 며느리 생떼 같은 손자 둘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KBS 조종옥(36) 기자의 어머니 박정숙씨는 이들의 영정 앞에서 “불쌍한 내 새끼 어디 갔니.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를 되뇌며 고개를 내저었다.
잠시 후 유족 대표들은 분향소 뒤편 시신 안치소에서 희생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맨 먼저 안치소에 들어갔다 나온 이충원(47)씨의 형 충훈씨는 다른 유족들에게“보셔도. 보셔도…”말만 반복한 채 흐느꼈다. 시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안치소는 화물용 컨네이너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드라이아이스 400㎏를 넣어 시신을 냉동 보존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시신을 화장하는 문화라 현지 병원에는 냉동 시신안치소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및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 현지 교민 등의 분향도 이어졌다. 일부 유족은 하나투어 관계자들이 분향을 하려는 순간 “무슨 자격으로 분향을 하느냐”며 울부짖기도 했다.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프놈펜 한인회의 도움을 받아 밤을 새워 만든 분향소에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인회, 한인교회 등이 보낸 조화가 자리 잡고 있다. 관광장관을 비롯한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들도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추락 여객기 조종사는 정기항로를 벗어나 육안식별비행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신현석 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기항로는 보꼬산 정상 남측 바다 쪽으로 직선으로 날아 시아누크빌 공항으로 이어지지만 사고기는 이곳에서 수 km 떨어진 보꼬산 정상 북쪽으로 항로를 잡았다 사고를 냈다”며 “비록 관제탑의 사전 승인을 받았지만 정기항로를 벗어나 눈으로 지형을 식별하면서 우회 비행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조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사고 당사국인 캄보디아를 주축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한국과 항공기 제작국인 러시아가 공동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러시아측이 사고 현장에서 확보한 블랙박스를 자국으로 옮겨 판독키로 함에 따라 최종 판정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따라서 희생자에 대한 PMT 항공사의 보상금 지급도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인 부조종사는 행삼림 캄보디아 국회의장 조카로 알려졌다. 부조종사 형제 2명은 사고 소식을 듣고 수색 시작 지점인 축디스트릭에 산악용 오토바이 타고 들어간 뒤 연락이 끊겨 행방불명 상태다. 몇몇 외신이 사망자가 22명이 아닌 24명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놈펜=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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