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5시30분. 불볕 더위에 시신 수습 작업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남은 시신은 2구.
사고 현장의 문치현(57)씨의 눈에 크기가 다른 발과 허벅지가 진흙더미에 처 박혀 있는 모습이 스쳤다. 조종실 바로 뒷좌석, 뒤엉킨 항공기 날개 잔해에 깔려있는 시신을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조심스레 흙을 걷어내고 어른 것으로 보이는 시신부터 빼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잠시 후 밝혀졌다.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사체 두 구를 문씨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부자(父子)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숨졌다. 조종옥(36ㆍKBS 기자ㆍ사진)씨와 생후 9개월 된 아들 윤민군이었다.
아버지는 한쪽 팔로 아들의 몸을 두르고 겨드랑이에 품고 있었다. 죽음이 눈 앞에 있던 극한 순간까지 혈육을 보호하려 했는지 나머지 팔은 떨어져 나갔다. 아이의 시신은 팔에 약간의 상처만 있을 뿐이었다. 문씨는 “최후를 맞으면서도 아이를 감싸려 한 눈물겨운 부정(父情)에 고개가 숙여졌다”고 말했다.
프놈펜=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