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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인상 '빠른걸음'… 개혁 의지는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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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인상 '빠른걸음'… 개혁 의지는 '제자리걸음'

입력
2007.06.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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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수신료 인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5월 초 전제조건인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 인상방침을 공식화한 KBS는 13일 경영회의에서 1,500원을 올리는 안을 확정했다.

25일 관련공청회를 개최했고, 27일 열린 이사회가 이 안을 최종적으로 의결했다. 이제 공은 방송위원회와 국회로 넘어 갔다. 27년 동안 꽁꽁 묶여 있던 수신료를 올리는 것 치고는 싱거울 정도로 일사천리다. KBS의 오랜 숙원은 마침내 이뤄지는 것일까.

■ 배경과 전망

KBS가 이처럼 공세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디지털화를 위한 재원 확보’라는 새로운 명분이다. 정부는 4월 26일, 지상파TV 방송을 2012년 말까지 전면 디지털로 전환하는 특별법안을 확정했다.

디지털화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총 8,521억원(추정). 수신료를 1,500원 올리고 현재 47.6%인 광고수입 비율을 34%까지 낮출 경우 연 1,900억원 정도의 추가 수입이 발생, 비용을 댈 수 있다는 것이 KBS의 계산이다.

정연주 사장은 25일 공청회에서 “수신료 인상은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고, 모든 국민이 무료로 디지털방송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배경은 수신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이다. 현행 월 2,500원의 수신료는 영국(2만원)이나 일본(1만1,000원) 등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다.

반대로 광고수입 의존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공영방송의 토대가 위협 받는 상황이다. 현 KBS의 구조와 경영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수신료 인상’이라는 방향에는 찬성하는 이유다. 양문석 언론연대 정책실장도 “민주주의와 미디어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1,500원이 아니라 2,500원 정도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환경도 거론된다. 한미FTA협상 졸속 심의에서 드러나듯, 대선주자들의 원심력에 의해 정책적 기능을 상실한 국회의 ‘틈’을 노렸다는 시각이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정치의 계절’인 지금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영향력 1위’ 매체인 KBS와 각을 세우기 쉽지 않은 정치권의 입장을 계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상안이 방송위와 국회의 심의를 순탄하게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방송위 관계자는 “9명의 위원들이 의견을 좁힐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격렬한 논방을 예고했다.

최종 승인권을 지닌 국회 분위기는 더 좋지 않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4일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가 국민의 돈으로 방만한 경영문제를 덮으려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권도 국민의 부담을 고려해 쉽게 찬성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 문제점과 선결과제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과정은 문제가 많다. 우선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데 대한 자기개혁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광고의존도 축소, 디지털화 등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면 KBS가 임금을 삭감해서라도 하면 된다”며 “자체 노력은 전혀 없이 ‘수신료만 올려주면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5년 방송위의 방송사 경영효율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하는 등 방만한 경영문제도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 전에 해소했어야 할 과제다. 전 소장은 “문화적 소외지역 배려를 위해 강화해야 할 지역방송 조직을 축소하는 것만 오히려 구조개혁의 사례로 들먹이고 있다”고 KBS의 철학부재를 꼬집었다.

이사회의 심의가 열린 27일까지 국민여론조사의 질문지를 공개하지 않는 등, 인상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중부과와 난시청 문제도 해묵은 논쟁거리다. 전국 1,800만 가구 가운데 1,600만 가구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을 통해 KBS를 시청하고 있다.

KBS는 이에 대해 “수신료 인상으로 디지털화가 완료되면 난시청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종원 YMCA 시민중계실장은 “공영방송인 이상, 난시청 문제는 수신료 인상과 상관 없이 해결했어야 할 과제”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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