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5년 여의 산고 끝에 27일 상장했다.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한 상장이 2003년 카드 사태의 상흔을 털고 제2 도약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상장 첫날 삼성카드는 공모가(4만8,000원)보다 30% 가량 높은 6만2,2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한 때 차익 실현 매물로 5만원 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곧 낙폭을 회복해 시초가보다 1,000원(1.61%) 내린 6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체의 하락세에도 시초가가 높게 형성됐고 낙폭도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무난한 출발이라는 평가다.
이날 상장은 삼성카드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2002년 상장계획을 발표했으나 2003년 카드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가시밭길을 헤쳐왔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초긴축 경영을 선언한 삼성카드는 그해 6월 5년 만기로 8,000억원 어치의 후순위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5년 내에 상장을 못하면 연 9% 고금리를 보장하는 CB였다.
2004년과 2005년에는 부실계열사 지원이라는 눈총 속에 삼성 계열사로부터 2조7,000억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던 삼성카드는 마침내 2006년 흑자 전환에 성공, 합병이나 채권단 지원 없이 자력 회생에 성공한 유일한 카드사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등 상장에 따른 기본효과에다 유일한 상장 카드사라는 자부심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장 후 과제도 만만치 않다. 비상장시 물어야 할 수천억원대의 이자를 아끼자는, 이번 상장의 목적과도 연관이 깊은 8,000억원 상당의 CB가 우선 자연스럽게 주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주식 전환이 많아질 수록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도가 성립하지만 그만큼 주가가 희석될 수 있다. 만약 주식 전환이 부진하다면 상환해야 할 부채가 부담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