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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몰린 위성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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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몰린 위성방송

입력
2007.06.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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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성방송만 미워하는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더 이상 사업하기 힘들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법에 가로막혀, 방송을 보기 위해 필요한 안테나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공용 TV안테나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스카이라이프 영업점 직원 800여명은 26일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안테나를 설치할 수 없어 생존을 위협 받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용 공동 안테나(MATV)를 위성방송도 함께 이용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공동 안테나를 이용할 경우 아파트 벽에 마련된 TV안테나 단자에 위성방송용 셋톱박스를 바로 연결하면 위성 안테나(접시안테나)를 따로 달지 않아도 KBS나 MBC같은 지상파 TV를 보듯이 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TV안테나 설치를 규정한 현행 '텔레비전 공동시청 안테나시설 등의 설치기준 규칙'(TV공시청 규칙)에는 위성방송이 제외되어 있다. 지상파 TV 시청용으로만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파트옥상 등에 설치된 공동 안테나는 위성방송용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하는 '접시 안테나' 역시 법적 근거가 없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접시 안테나를 설치했다가 유선방송 사업자들로부터 고발당하는 일이 빈발해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위성방송은 규정 대로라면 안테나를 설치할 수 없어 사업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진 까닭은 정통부가 TV공시청 규칙을 위성방송 등장 전인 1997년에 개정한 뒤 한 번도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상대인 유선방송 사업자들에게는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을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5번이나 고쳐줘, 아파트 등에 케이블TV 안테나선을 따로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당연히 정통부가 1,400만 가구가 가입한 유선방송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편파행정 시비가 일 수 밖에 없다. 2002년 사업을 시작한 위성방송 가입자는 203만 가구다.

유선방송 사업자들은 위성방송이 공동안테나를 이용하면, 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관련 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통부도 유선측 반대가 심하다보니 선뜻 법 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 사업자를 편드는 듯한 인상을 주면 곤란하다"며 "위성방송과 CATV 사업자가 합의를 하는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4월과 5월 위원회는 시청자의 매체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정통부에 TV공시청 규칙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진행된 국회 과기정위의 정통부 결산에서도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같은 문제를 거론하며 "이것이 사업자끼리 합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냐"며 정통부를 질타했다.

이에 대해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뉴미디어 도입에 맞는 규제틀을 만들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시청자 편익을 고려해 조속한 시일내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관련 규정이 위성방송을 감안해 개정될 지는 미지수다. 정통부 관계자는 "지상파 고화질(HD) 방송시청을 위해 조만간 TV공시청 규칙을 개정(본보 6월14일 15면 보도)할 방침이지만 위성방송의 공동 안테나 이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추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에서도 위성방송이 제외되면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최악의 경우 사업권을 반납하고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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