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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형 사업 美선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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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형 사업 美선 '블루오션'

입력
2007.06.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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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SCI)은 시신의 염(방부처리)과 운반, 장례식 대행, 화장 등 인간의 죽음에 관련된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후장대형 생산재도 아니고, 친근한 소비재도 아니다보니, 이 회사는 월 스트리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로버트 월트립은 미 경제주간지 '포춘' 선정 '빌리어네어(1조원대 재산가)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회사의 사업내용을 들여다보면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장례 보험 상품에는 자신의 장례비용을 가족에게 부담시키기를 꺼리는 실버 고객들로부터 현금이 꼬박꼬박 들어온다. 이 현금이 고객이 살아있는 동안에 복리이자로 계산돼 쑥쑥 불어나는 것이다. 인간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업은 문닫을 염려도 없다.

이처럼 남들이 좀처럼 거들떠 보지 않는 '음지형'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미국에서 뜨고 있다. 장례 서비스, 쓰레기 처리, 곰팡이 제거 등 이들 기업들이 갖고 있는 사업 모델은 언뜻 이게 무슨 돈이 되겠느냐 싶지만, 알고 보면 알짜배기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화려한 첨단 설비도, 요즘 말하는 '천재급 인재'도 필요 없다 보니 연구 개발비나 스카우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고령화 사회와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사(WMI)는 겉보기에는 냄새 나고 지저분한 쓰레기를 치워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환상적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일반가정, 공공기관, 기업 등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쓰레기를 수거해주면서, 이 쓰레기를 이용해 메탄가스 에너지와 각종 재활용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쓰레기를 치워서 돈 벌고 팔아서 돈 버는 '꿩 먹고 알 먹는'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지난해 순이익만도 11억4,000만 달러(약 1조원).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200대 기업에 당당히 올라 있지만 이 회사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 경쟁자가 많아진다"는 이유로 이미지 광고도 기피하고 있다.

아메리칸 몰드 가드(AMG)는 사무실 에어컨에 끼어있는 곰팡이나 일반 가정의 진드기 등을 제거하는 사업을 한다. 이 회사는 값비싼 희귀서적에 끼어있는 곰팡이도 책장을 손상시키지 않고 완벽하게 제거할 정도로, 곰팡이 제거에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어 고객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때 제거 서비스'라는 이름의 보험상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반 고객이 여기에 가입하면 소지품에 끼는 모든 때를 평생 청소해준다.

이 기업은 최근 성장성이 알려지면서 MBA 출신 인재들이 몰려 들고 있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바보라도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불평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을 원한다"는 게 거절 사유다.

이들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면서도,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이 즐겨 투자한다는 이른바 '바보라도 할 수 있는' 사업인 것이다.

음지형 사업이다보니 그만큼 경쟁이 없는 '블루 오션'이기도 하다. 반드시 첨단 인기 업종이 아니어도, MBA 출신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돈이 되는 사업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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