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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의 미디어 비평] 지상파 콘돔캠페인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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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의 미디어 비평] 지상파 콘돔캠페인 어떨까

입력
2007.06.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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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방송계에선 ‘휴대폰 든 돼지’란 콘돔광고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ABC와 NBC가 지난 18일부터 콘돔착용 캠페인 광고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CBS와 Fox는 이를 거부했다. 광고주와 방송사 사이에도 공방이 벌어졌다. CBS나 Fox가 에이즈예방을 위한 콘돔광고를 내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CBS는 이번 콘돔광고에 대해 “독창적이고 재미는 있으나 심야시간대에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Fox는 “성병예방보다 피임에 관한 내용을 더 강조했기에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디어비평 전문가인 마크 밀러 뉴욕대 교수는 “신이 성적 즐거움을 위한 콘돔사용을 금지했느냐”며 광고를 거부한 “지상파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어떤 내용이기에 논란이 벌어질까? 뉴욕타임스는 최근 인터넷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여성들이 술집에서 휴대폰을 든 의인화된 돼지들에게 둘러싸였다. 돼지들은 모바일로 데이트를 신청하며 기회를 엿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 때 한 돼지가 화장실에 가서 자동판매기에서 콘돔을 빼낸다. 그 순간 머리부터 시작해 핸섬한 20대 청년으로 바뀐다.

그가 바 카운터로 돌아가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갈색머리 여성이 매혹적인 웃음을 날린다.’ <헬스 키친> (State of Grace)의 필 조아누 감독이 제작했으며, 음악에는 <쥬라기 파크> 의 특수음향을 담담했던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이 콘돔 캠페인은 “성욕에 가득 찬 돼지가 콘돔 구입을 통해 이성적인 인간이 된다”는 스토리텔링을 한다. 마지막 멘트는 “진화하라(evolve). 그리고 성교할 때마다 콘돔을 사용하라"이다.

트로잔 인터넷사이트(trojanevolve.com)에 들어가 보았더니, 콘돔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와 제작과정을 상세히 밝혀놓았다. 이 회사가 인용한 미국통계에 따르면, 매년 300만건에 이르는 임신중절과 1,900만 건의 성병감염이 일어난다.

미국인을 2억5,000만명으로 보았을 때, 유년층을 제외하고 미국인은 10명 중 한명 꼴로 성병에 전염됐다는 얘기다. 가히 ‘성병 천국’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 또한 성적으로 왕성한 18세부터 54세까지 싱글 중 콘돔사용 비율은 4명중 1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임신중절이나 성병 보균자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낙태가 심각한 사회이슈가 되는 걸까? 한국일보 최근 기사에 따르면, 미국 미혼 남성의 섹스파트너가 평균 6.8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남성을 “욕정에만 가득 찬 이기적인 돼지”로 비유하는 모양이다. 지상파에서 콘돔사용 캠페인을 벌일만하다.

국내에선 어떨까? 의료통계에 따르면, 매년 2만명 이상이 성병에 전염된다. 에이즈 감염자가 4,000명에 육박한다. 신규 에이즈환자가 1995년 107명에서 2005년 680명으로 10년 사이에 6배나 늘었다.

그 중 90% 이상이 남성이다. 10대 임신율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었다. 방송광고심의규정 제42조에 의하면, 피임약이나 생리대와 함께 콘돔은 더 이상 광고금지 품목이 아니다.

또한 방송법 제 73조 4항에 “방송사업자 및 전광판 사업자는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제작된 비상업적 공익광고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으로 편성”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콘돔사용과 같은 공익캠페인을 지상파에서 볼 수 없다. 왜 그럴까? 피임과 성병예방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적기 때문일까? 이런 가운데 젊은세대의 성관련 일탈행위가 인터넷 보급과 함께 급속히 늘고 있다.

지상파에서 콘돔착용 캠페인에 대한 논의를 해보면 어떨까? 보건복지부나 문화관광부에 국민건강 캠페인을 촉구하는 이유이다.

고려대 언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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