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 한국 사회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는 역시 어려웠다.
여자 역도 세계최강 장미란(24ㆍ고양시청)이 재학 중이던 고려대를 올해 초 자퇴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대한체육회의 선수 등록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최성룡 고양시청 감독은 27일 “장미란이 소속팀을 원주시청에서 고양으로 옮긴 뒤 고민 끝에 고려대 체육교육학과를 자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 신분으로는 실업팀 선수로 등록할 수 없는 규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의 선수 등록 규정에 따르면 ‘실업 선수의 경우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휴학 중인 자는 일반부로 (선수) 등록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다만 대학원생과 야간 대학생에 한하여 예외를 인정한다. 장미란은 실업팀인 고양 시청 소속으로 야간이 아닌 주간에 고려대를 다니기 때문에 선수 등록 규정에 위반된다는 해석이다.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획득 이후 체육특기 자격으로 2005년 고려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해 2학년까지 마쳤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장미란의 ‘학업-운동’ 병행 계획은 별 문제가 없었다. 굳이 다른 팀에서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이상 선수 자격 박탈과 같은 사태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마라톤의 황영조도 강원도 소속으로 고려대에서 학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장미란은 올초 원주시청에서 고양시청으로 소속팀을 옮기면서 적잖은 분쟁에 휘말렸다. 최성룡 감독은 “만약 원주시청이 이를 문제 삼는다면 전국체전 출전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미란측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없는 현 시스템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학 및 실업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만약 실업 소속으로 대학에 자유로이 다닐 수 있으면 누가 대학팀에 지원하겠느냐는 설명이다. 실업팀 쪽에서도 대학 등록금까지 후원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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