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워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얼마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법원 판결에 따르면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는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불합격한 응시생들이 '문제가 어려워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제의 난이도가 높기는 했지만 출제권자의 재량권을 벗어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 후 기한 내 상고가 이뤄지지 않아 소송이 정부측 승리로 최종 확정됐다.
소송의 발단은 2004년 11월 실시한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된 데서 비롯됐다. 당시 12만8,000명이 응시한 시험에서 과락(40점)을 면하고 평균 60점 이상을 얻어 합격한 수험생이 1,800명에 불과했다. 이는 2003년 합격자 수(2만9,000명)의 6%에 그치는 수준으로, 문제 난이도가 높아 발생한 일이었다.
이에 불합격자들이 출제 위탁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농성을 벌이고 과천 정부청사에 난입, 관할 경찰서장이 직위해제 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정부가 다음해 5월 이례적으로 추가시험을 치르도록 했으나 불합격자 가운데 5,221명이 "시험 난이도가 높아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1인 당 300만원씩, 총 157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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