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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고있다. 올 여름 어떤 영화가 무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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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고있다. 올 여름 어떤 영화가 무서운지"

입력
2007.06.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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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무더위와 함께 공포영화의 시즌이 시작됐다. 웬만한 스릴러보다 눈 앞의 현실이 더 엽기적이기 때문일까. ‘공포’를 느끼는 감각이 갈수록 퇴화하는 듯 하지만, 찌는 듯한 무더위가 다시 ‘오싹한’ 스크린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2007년 여름,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공포의 코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클래식 스릴러의 힘, <디센트>

멜로가 문학이라면 스릴러는 수학이다. 스릴러는 정서가 아니라, 심리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리는 생물학과 물리학의 법칙을 따른다. 따라서 치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와 영화의 호흡을 정치하게 조절하는 감독의 내공이 공포의 순도를 좌우한다. 7월5일 개봉하는 <디센트> (감독 닐 마셜)는 이런 영화공학적 관점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

영화는 지하 3km의 폐쇄된 동굴 속으로 관객들을 밀어 넣는다. 현란한 특수효과, 억지스러운 캐릭터가 없어 두려움은 오히려 쉽게 관객에게 전이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는 원초적 공포와 그 속에서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인간의 잔혹성. 그리고 우정, 도덕률 같은 의식이 생존본능이라는 동물적 욕구 앞에서 깨지는 과정이 하나의 수식(數式)처럼 조밀하게 짜여져 있다. 고전 스릴러의 묵직함을 간직한 화면과 마지막 반전이 선사하는 현대적 느낌의 어울림도 영화를 보는 99분을 아깝지 않게 한다.

●병원괴담과 초상화의 저주

올 여름 공포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하고 색다른 소재. 특히 병원이라는 치유의 공간을 끔찍한 호러의 배경으로 삼은 영화들이 눈에 띈다. <해부학교실> (감독 손태웅. 7월12일 개봉)은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교재 ‘커대버’를 스크린에 등장시킨다. 의사의 길로 들어선 새내기 의대생들에게 해부학 실습은 두렵고도 설레는 통과제의 같다. 그런데, 실습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씩 환영과 공포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소재보다는 인물들의 관계가 빚어내는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

드라마 <하얀거탑> 의 김명민이 다시 외과의사 역할을 맡은 <리턴> (감독 이규만. 8월9일 개봉)은 ‘수술 중 각성’이라는 특이현상을 소재로 삼았다. 전신마취 수술 중 의식이 깨어나 극단의 고통을 체험한 아이가 살인마로 변신한다. 그를 둘러싼 의문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전체 미스터리는 더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기담> (감독 정식, 정범식. 8월 1일 개봉)은 1942년 경성의 서양식 병원을 배경으로, 판타지와 호러가 섞인 색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베트남의 한 초상화에 얽힌 기괴한 이야기를 풀어낸 <므이> (감독 김태경), 샴 쌍둥이를 소재로 삼은 <샴>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팍품 웡품)도 색다른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 나란히 7월 17일 개봉한다. 20일 개봉한 <검은집> (감독 신태라)도 ‘사이코패스’라는 특이한 인물을 공포의 소재로 삼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겁나게’ 무서운 영화가 보고 싶다면

평범하지 않은, 정말 무서운 영화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7월 12~21일)를 찾으면 된다. 지난해 심야상영작으로 마니아들의 열광적 호응을 받았던 ‘마스터즈 오브 호러’가 ‘시즌2’를 맞아 ‘월드판타스틱시네마’ 섹션에 포함됐다. 일반상영관에서는 만나기 힘든, 컬트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13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염산으로 사람의 살을 녹이고 뼈를 와이어로 맞추는 취미를 스크린에 담은 <가족> , 모피코트를 얻기 위해 죄 없는 동물을 죽이고 자살까지 하는 인간을 다룬 <죽음의 모피코트> ,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인간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담은 <광신도들> 등 피범벅의 이미지와 괴기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상상력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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