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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회창 대 이해찬'

입력
2007.06.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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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면 이회창과 이해찬이 맞붙게 되지 않을까?" 대선을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이는 카드와 전국적 지지도가 2~3%에 불과한 인사를 최종 주자로 설정한 소문이 참 얄궂다. 소문엔 촌평이 따르는 법. "창? 찬? 이름 이니셜(HC)까지 같으니 헷갈린다.

누가 누군지 알겠나." 소문은 예언일 수 없다.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진단과 심기를 포괄적으로 반영하여 소문은 소문으로 그치지 않기도 한다.

● 불투명한 정국에 새 시나리오

결국엔 두 HC만이 버티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가설이기도 하다. 전제가 없는 가설은 없다. 전제는 '이렇게 가면'이다.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가 이명박ㆍ박근혜 후보에 대해 양시(兩是)를 발표하고, 이해찬씨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검증위 발표에 이ㆍ박 양측은 상대방의 무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삭였고, 그 불만들이 숙성해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양 캠프 사이에 죽고 살기식 싸움이 벌어지면서 이러다가 모두 낙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생기고 있다.

소문의 전제는 '이런 식의 검증이라면…' 쪽으로 모아지고, 검증 받는 데는 이력이 난 HC까지 거론되는 것이리라. 이번 소문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불안심리를 드러내는 측면이 많아 보인다.

또 다른 HC가 등장하는 근거는 명백하다.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은 비(非)한나라당 쪽에선 훌륭한 자산이다. 지난 대선 당시 탁월한 전투력과 합종연횡의 전략에 무릎을 꿇었던 그들이 '노의 분신'을 자처하는 HC에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소문과 가설을 지탱하는 변수가 확인됐다.

손학규씨의 범여권 합류 선언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씨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해찬ㆍ손학규 구도는 당시의 노무현ㆍ정몽준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어렵지 않다.

상황을 이끌어 가는 세력이 지금이나 그때나 '노사모'라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현직 대통령의 전투력은 지난날 후보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가설이 비한나라당 세력들의 작품이라는 추측의 근거다.

합산한 후보지지율이 70%에 이르는 한나라당이 '이러다 이회창씨를 끌어내는 형국까지 갈 지 모른다'는 불안과 경계심이 팽배해 있고, 다른 한쪽에선 손씨를 불쏘시개로 잘 활용하면 이해찬씨가 정권을 승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이회창 대 이해찬' 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 꺼풀 벗기고 보면 현재의 대선 양태가 '4강 구도', 혹은 'AㆍB조 준결승'의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과 닿는다. A조에선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예상되는 랭킹 1ㆍ2위가 이미 경기를 시작해 전반전 막바지까지 이르렀다.

아직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싸움과 반칙이 난무해 후반전에 들어가면 관중이 자리를 비울지도 모른다. 벌써 엉덩이를 들썩이는 팬들이 늘고 있다. 심판은 양측 감독의 눈치만 살피느라 호루라기를 불지 않아 관중의 야유를 사고 있다. 결승 진출도 확정하지 못하고 패싸움이 벌어질까 관중 걱정이 더 크다.

● 대선가도는 아직 준결도 못가

다른 한쪽에선 10여개 팀이 도토리 키재기 혼전을 벌이던 중 패자부활을 거친 한 팀이 합류했다. 그나마 B조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다. B조의 수장을 자처하던 총감독은 A조 예선에서 탈락했던 그 팀을 원치 않았지만 경기가 코 앞에 닥쳤다.

직속팀을 조직하고 나머지 도토리들을 정리하며, 관중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B조가 A조에 비해 절대적 열세였지만 결승전 한판 승부는 일방적으로 끝난 적이 없다는 믿음이 무기다.

소문은 소문으로 그쳐야 한다. 20, 30대 유권자의 태반이 6ㆍ25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데, 두 HC를 혼동하여 '이해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연호하는 어이없는 결승전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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