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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은 미디어크라시<언론정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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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은 미디어크라시<언론정치> 화신"

입력
2007.06.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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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의 자존심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호주 출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넘어갈 공산이 커지면서 미국 언론계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 저널의 사실상 소유주인 뱅크로프트 가문과 머독 간에 매각의 관건인 편집권 독립 보장방안에 관한 타협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타임스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장문의 기사에서 머독을 미국 미디어시장과 제도, 정치판을 멋대로 유린한 ‘미디어크라시(언론정치)의 화신’으로 몰아붙였다.

신문이 꼽은 ‘미디어크라시’의 대표적 사례는 머독의 뉴스코프가 2003년 단일 회사의 지역 방송망이 전체 시청자가구의 35%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한 미 연방통신법에 저촉됐을 때의 상황. 이 때 이미 39%를 점유하고 있던 뉴스코프는 대대적인 로비에 착수해 백악관을 우군으로 확보했고, 제한선을 39%로 올리도록 의회 지도자들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다.

신문은 이 과정에서 트렌트 로트 상원의원(공화ㆍ미시시피주)이 머독 소유의 하퍼콜린스 출판사와 25만달러 규모의 자서전 출판 계약 등과 얽혀 제한선 상향 조정에 동의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머독은 미디어제국을 확장하기 위해 이념을 팔고, 신문을 이용하며, 정치권과 결탁해온 ‘카멜레온’이었다. 일례로 보수주의자를 자처했던 머독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며 친보수당, 반노동당 노선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1997년 보유 매체를 통해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에 대한 지지입장으로 돌아섰으며 이후 총리 관저의 단골 초청인사가 됐다. 당시 노동당은 미디어 소유 제한을 추진했으나 블레어 총리는 취임 이후 드러나지 않게 관련 정책을 포기했다는 것이 블레어 총리의 대변인을 지낸 랜스 프라이스의 증언이다.

뉴욕타임스는 85년 머독이 외국인의 미디어 소유제한을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이래 이런 행태는 미국에서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선거자금 기부, 전직 관료에 대한 일자리 제공, 소유 매체를 통한 언론 플레이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이 신문은 또 머독이 소유 매체인 뉴욕포스트를 통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단골로 비판했으나 2002년 클린턴을 만난 뒤, 클린턴 재단에 50만달러를 기탁하는 등 각별한 사이가 된 것도 대표적 ‘카멜레온’ 행태로 꼬집었다.

뉴욕타임스의 주장은 분명하다. 머독은 1981년 영국의 ‘더 타임스 오브 런던’을 인수할 때도 편집권 독립을 약속했지만 결국 신문제작에 간여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머독의 ‘미디어크라시’에 이용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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