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의 고공행진을 즐기며 경제정책의 성과를 자랑하던 정부가 돌연 '증시과열 주의보'을 발동하고 돈줄을 죄는 조치를 마구 쏟아내는 바람에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작은 변수 하나에도 요동치는 증시의 생리는 물론, 최근 증시의 이상급등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부가 시장을 함부로 다룬 탓이다. 그 결과 멋도 모르고 뒤늦게 주식투자 대열에 뛰어든 소시민들만 땅을 치게 됐으니 정부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이 달 초 노무현 대통령은 주가지수가 1600선을 넘자 "부동산이 이기나, 주식이 이기나 해보자고 말하며 제발 (주식쪽으로) 오시라고 했는데…"라며 "그 동안 경제위기론 때문에 주식을 안 사고 눈치만 봤던 투자자들은 어디서 손해를 배상 받아야 하느냐"고까지 말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바람을 잡으니, 어떤 정책당국자의 입에서도 주가의 단기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기업실적이나 경기회복세보다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 밀어올린 가파른 주가상승은 금융시장이나 거시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분석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보름 남짓한 기간에 주가가 1700선마저 훌쩍 뛰어넘자 정부의 안색이 달라졌다. 개인들이 은행ㆍ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투기'에 나서는 정황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노 대통령이 "시장상황이 우려되니 예의 주시하라"고 방향을 틀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상과열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어 총액대출한도 축소 등 유동성 억제조치가 나왔고, 7조원대에 이른 증권사의 신용융자 단속 방침도 제시됐다.
이런 과정을 반추해 보면 주가에 집착하는 대통령은 그렇다 쳐도, 시장을 지혜롭게 관리해야 할 관료들이 보신주의로 일관했음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과잉 유동성의 생산적 활용은 생각 못한 채 부동산시장의 돈을 증시로 몰아넣고, 주가가 올랐으니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격이다.
이러고도 선제적 시장관리 운운하니 비웃음을 사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자기책임 하에 하는 것이라지만, 정부가 입맛대로 시장을 분탕칠 치는 것마저 용납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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