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론스타처럼 안될까…' 中 노리는 한국 투자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론스타처럼 안될까…' 中 노리는 한국 투자사

입력
2007.06.27 00:14
0 0

론스타에 의한 국부 유출 논란이 떠들썩했던 최근 몇 년간, 금융권에는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고민이자 바람이 하나 있었다. '우리도 론스타처럼 돈을 벌 수는 없을까.' 부실에 빠져 외자를 기다리는 해외 기업이나 채권 같은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정상화시킨 뒤 제값 받고 파는, 바로 론스타와 같은 기법이 한편으론 미우면서도 부러웠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부실자산 공략에 나서고 있다. 무대는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발전 정도가 낮은 아시아, 그 중에서도 중국의 부실자산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우리금융그룹의 부실채권 처리 전문자회사인 우리에프앤아이는 25일 중국 창청(長城)자산관리공사 산둥성 지부로부터 칭다오시 37개 기업의 8,800만 달러짜리 담보부 부실채권을 2,000만 달러에 매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역대 국내 금융회사의 중국 부실채권 투자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손병룡 사장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중국의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열심히 외치고 있지만 아직 해외 부실채권 투자는 걸음마 단계다. 현대ㆍ굿모닝신한ㆍ동양종합금융 등 증권사와 신한캐피탈, KTB네트워크 등 여신전문회사, 그리고 대형 시중은행들이 2005년께부터 중국 부실채권 시장에 진출했지만 주로 코스톤(Corstone)그룹 같은 미국계 사모펀드를 주간사로 삼아 중국 부실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회사채에 간접적으로 투자해 왔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중국이 각광받는 이유는 세계 최대의 부실채권 시장이기 때문이다. 채권 규모가 1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돼 옛 동독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2위 독일과 3위 인도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시장으로 떠올랐던 태국, 인도네시아는 이미 매력이 떨어졌고 최근 뜨는 베트남은 아직 구조조정 초기여서 중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전했다.

중국의 부실채권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국가 체제가 변모하면서 대거 양산됐다. 쉽게 말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만만디' 영업을 하던 대다수 국영기업들이 특혜가 사라지자 차례로 부실화한 것이다.

정부 대신 은행 지원으로 연명하던 국영기업들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4대(인민, 공상, 건설, 농업) 은행 등 120여 은행이 부실자산 정리용으로 설립한 4개 자산관리공사에 맡겨져 국내외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산주의의 영향 때문인지 상업적 마인드가 적어 부실여신이라 해도 부동산 담보가 충실한 '대박'형 채권이 많다"고 전했다.

건국대 고성수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치른 값비싼 경험을 자산 삼아 해외시장에 나서는 건 권장할 일"이라며 "다만 해당국의 법률이나 금융 자유화 정도를 미리 살펴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실채권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대출로, 무수익여신(NPLㆍNon Performing Loan)이라고도 한다. 보통 금융회사의 대출금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되는데 부실채권은 주로 '고정'이하 여신을 가리키며 '회수 의문'이나 '추정 손실' 채권은 채권추심기관 등에 헐값으로 매각하기도 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