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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국 중궈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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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국 중궈 차이나

입력
2007.06.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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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독자 여러분의 영어 실력을 한 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영어권에서 쓰는 다음의 고유명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맞혀 보세요.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습니다. 시저 프랜스 로움 마이클안젤로 플레이토우 애러스타틀 플로런스 비에너 애신즈 마이시니 거터 뉴어럼버그…. 답은 이렇다.

카이사르 프랑스 로마 미켈란젤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렌체 빈 아테네(고대 그리스어 발음은 아테나이) 미케네 괴테 뉘른베르크…. 뜬금없이 영어 외래어 표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한국어의 중국계 고유명사 표기와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플라톤은 영국인의 지적 의식 속에 플레이토우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지금으로 국적을 환산하면 그리스인이겠지만 여전히 유럽인으로, 세계시민으로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오랜 세월 그런 역할을 했던 고유명사들은 한국어 표기에서 하루 아침에 중화인민공화국 현지음으로 둔갑했다.

양자강이 양쯔강으로 된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황하가 황허강으로 바뀐 데에 이르면 실소가 나온다. 공자를 이제 와서 꽁쯔라고 하는 식이다. 게다가 제 나라 사람 이름 뒤에도 쓰지 않는 한자를 괄호 안에 반드시 적어 드린다.

■예를 들면 '후진타오(胡錦濤)'. 오랑캐(이 경우는 성(姓) 이름) 호, 비단 금, 큰 물결 도자를 아는 한국인도 이제 별로 없을 텐데 굳이 한자를 써 드린다. 제 나라 역사에 나오는 지명도 바꾼다. 집안(集安)을 지안으로, 발해만을 보하이만으로 쓴다. 만주(영어로는 Manchuria)도 중국식 행정구역명인 동북3성으로 환골탈태했다.

중국경제권이라고 하면 될 것을 중화경제권은 또 무엇인가. 동북공정을 그리도 규탄하면서 중국 우월주의의 상징인 중화라는 표현은 아무 생각 없이 쓴다. 최근 중국 기사가 신문에 넘치는데 한국어맞춤법에 따른 이런 표기들을 보면 참 우스꽝스럽다.

■내몽골(Inner Mongolia)을 '나이멍구(內蒙古)'라고 쓰는 데 이르면 우리가 바보 아닌가 싶다. 무의식적인 차원이긴 하지만 우리의 지독한 또는 바보 같은 사대주의가 스며 있지 않고는 그렇게까지 친절하게 써드릴 수 없다. '미국 본토'라고 하면서 '중국 대륙'이라고 한다. 중국보다 훨씬 넓은 러시아도 대륙이 아니다.

아예 중국을 현지발음대로 '중궈'라고 쓰든지 차이나(China)라고 하는 게 좋겠다. 차이나는 진(秦ㆍCh'in)에서 파생된 표현이기 때문에 '세상의 중심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없다. 언제나 사대주의 찌꺼기를 완전히 털어낼 수 있을까.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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