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식 가격에 버블(거품)이 끼었다는 주장이 자주 나온다. 2004년 이후 최근 3년간 동유럽 시장 평균 주가는 160%, 아시아 시장은 80%나 상승하는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가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주가 상승은 반길 일이지만 버블이 형성돼 있다면 언제 꺼질지 알 수 없다.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이 도입되고 이 산업과 기술이 낳을 장래 수익에 대해 낙관적 기대가 퍼지면서 과도한 자본이 집중될 때 투기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런 투기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될 때 버블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버블이 형성되는 조건을 살펴보자. 우선 버블은 사회적으로 변화와 발전 기대가 높아지는 시점에 발생한다. 사상 최초의 버블로 기억되는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부터 영국의 '철도 버블', 일본의 '부동산 버블' 등 버블은 통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경제가 호황을 구가할 때 발생했다.
투자 대상이 제한된 반면,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수요가 급속히 늘어날 때도 버블은 발생한다. 버블의 주된 대상이 되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일반 상품에 비해 공급 증가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수요가 몰릴 경우 가격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조건으로 기대의 쏠림을 들 수 있다. 사실 어떤 자산의 가격이 급등한다 해도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시장의 규율과 질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이를 버블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정보 공급자의 의도에 의해 시장 정보가 낙관적인 방향으로 왜곡되고 투자자 전체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게 되면, 단지 기대가 가치 상승을 낳는 연쇄 작용으로 버블이 발생한다.
최근 세계 경제는 중국, 인도 등 대형 신흥시장의 등장, IT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세계화에 따른 교역 및 자본 이동의 증가, 그리고 풍부한 유동성 등을 바탕으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최근 급속한 주가 상승은 이런 요인들에 기대어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 버블은 그 안에 있을 때는 알기가 무척 어렵고, 터지고 난 후에야 그것이 버블임을 알 수 있다.
각 투자자들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주가 수준을 검토하고 그 판단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교차하는 과정에서 버블 여부가 최종 판명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칼날 같은 상황 분석과 균형 감각이 중요한 시점이다.
김민우 한국은행 국제무역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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