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 여권 통합논의에 정식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낙오, 탈당한 지 3개월 만에 결국 반(反)한나라 '대통합'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범 여권 대통합이라는 게 노무현 정권의 본색을 잠시 위장해 실정 책임을 면하는 형식으로 집권 연장을 도모하려는 전술적 이합집산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과, 잔존 의원들이 명분과 이해로 갈라섰던 민주당과 도로 합치자는 것이다. 손 전 지사가 말하는 '새 정치'와는 애당초 거리가 멀다.
범 여권 인사들은 하나같이 그의 합류를 반기고 있다. 서로가 "살신성인" "어려운 결단"이라며 감사와 덕담을 주고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다 할 후보군 없이 지리멸렬한 범 여권은 자기들보다 1%라도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손 전 지사로서는 대선에 나설 물리적 기반이 필요한 처지여서 이해관계가 쉽게 일치한다.
그들은 "대통합이 민심"이라거나 "모든 양심세력이 함께 한다"는 등의 수사로 윤색을 시도하지만 현실정치의 동물적 결탁이라는 게 실상이다.
대선은 6개월 남았는데, 아직 우리 정치구도는 기형도 이런 기형이 없다. 반 정권 무드와 야당의 일방적 독주가 오래 계속되자 여권은 스스로의 존재를 형해화하는 것으로 연막 상태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대통령이 야당과 직접 대적하는 중이다. 집권당의 실정에 대해 충분히 초점을 흐린 뒤 어디 출신의 누가 어떤 정치적 정체성을 가졌는지도 애매하게 된 사람들이 다시 모여 뚝딱하고는 신당을 만들려고 한다.
선거 앞에 으레 등장한 철새 정치, 포말 정당이라는 말로나 설명될 어설픈 구태가 당연한 듯이 재연되고 있다. 여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기이한 선거, 엊그제의 정적들이 덥석 동지로 뭉치는 허무한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기계적일 도리밖에 없다. 아무리 변화무쌍한 게 정치라지만 명분과 신의, 도덕성을 함부로 버리는 행태는 국민을 실망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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