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건에 달하는 초대형 연금기록 누락사태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상여금을 반납하는 등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이 사그러들지 않을 경우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패하는 것은 물론 자칫 권력까지 내놓아야 할 상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5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여름 상여금을 국고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총 536만엔의 상여금 중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대상인 의원 세비분 302만엔을 제외한 234만엔을 반납한다는 것이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과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후생노동성 장관도 이날 아베 총리와 협의를 거쳐 여름 보너스를 국고에 반납하기로 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담당 부처인 사회보험청 장관과 직원 1만7,000여명에 대해 상여금의 일부를 국고 반납토록 요구하기로 했다. 또 역대 후생노동성 차관과 사회보험청 장관들에게도 현역 직원들과 같은 액수를 국가에 기부하도록 요청키로 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조치는 선거를 코앞에 둔 아베 정권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의 수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아베 총리는 지난달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자 곧바로 대국민 상담창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다.
최근에는 결연한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해, 공무원개혁법 가결을 위한 국회 회기 연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미통합 연금기록 1,430만건이 새롭게 발견되는 등 악재가 잇따라 국민의 불안은 오히려 확산됐다. 실제로 26일자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아직 분노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결연함’을 상기시키는 국회회기 연장 조치도 “연금문제를 희석하려는 꼼수”라는 야당의 비판으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회기 연장으로 인한 참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아베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만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6일 각의를 열고 참의원 선거를 다음달 29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선거는 당초 22일 치를 예정이었지만 아베 총리가 국회 회기를 연장함에 따라 일주일 연기됐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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