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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새 소설 ‘형제’ 번역출간…文革·자본주의화 병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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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새 소설 ‘형제’ 번역출간…文革·자본주의화 병폐 비판

입력
2007.06.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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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余華ㆍ47)가 현대 중국이라는 거대한 판도라 상자에 도전했다. 40년 세월을 응축한 새 소설 <형제> 는 한 인간을 격동의 중심에 던져 그가 승자로 살아 남기까지를 그린 보고서다. 당대 중국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안긴 <허삼관 매혈기> 이후 5년을 삭혀 내놓은 대작 <형제> (휴머니스트)가 세 권으로 번역됐다.

문화대혁명(문혁)에서 개혁 개방을 거쳐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중국까지, 경천동지의 현장을 응축하는 공간은 류진(劉鎭)이라는 지방 도시. 그 곳에 사는 ‘초특급 갑부’ 이광두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소설은 그 빛나는 현실 아래의 누추한 이야기들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호화 변기에 앉아 일을 보던 그에게, 열네살 적 여자 공중 변소에 몰래 들어가 훔쳐보다 들켜 치도곤을 당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과거가 생생히 살아 온다. 제 1권에서 문혁 시기의 중국 사회상을 파고 들어가던 소설은 2, 3권에서 부의 축적에 눈 먼 개혁 개방의 중국을 그린다.

역사는 개인에 녹아 들어가고, 개인은 거대한 흐름에서 읽힌다. 성장 소설로도 오독될 법한 소설은 문혁 이후 중국에 굵은 마디를 새긴 일련의 사건을 놓치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던 한 농부는 ‘지주’라는 널빤지를 달았고, 아이들은 그에게 오줌을 싸 댄다. “위대한 영수, 위대한 조타수이신 모 주석을 어떻게 악랄한 말로 모독했는지 해명”해야 했고, 홍위병들은 발호한다. 역사에 치인 민중의 삶과 죽음을 그린 1권은 비극이다. 특히 홍위병들의 극악무도한 광기를 세묘한 대목은 스너프 영화를 무색케 한다.

2, 3권은 환락과 돈에 눈 멀어 가기까지의 중국을 그린 풍속도다. 그들의 속물성과 이기주의는 세계자본주의적 질서와 서구화에 기꺼이 순응한다. 프로젝션 TV, LCD, PDP가 상징하는 자본주의적 유혹, 성전환 수술, 인터넷에 도배된 반일 구호 등 낯설지 않은 풍경이 연출되다, ‘한류’로까지 이어진다. “밤에 한국 연속극을 안 보면 죽느니만 못한” 남자(3권 187쪽) 등 기이한 성형 붐과 함께 한국은 곳곳에서 변주된다.

2001년 4월, 도금한 변기 위의 이광두는 세계의 갑부와 스타들이 우주 여행 가는 광경을 액정 TV로 보며 러시아어 공부에 들어간다. 3년 간의 훈련으로 체력과 러시아어에 자신이 붙은 그는 반년 후 러시아 우주 비행 센터에 가서 우주인으로 거듭날 예정. 이루는 데 2,000만 달러가 필요한 그의 꿈은 송강의 유골함을 우주 궤도상에 올려 놓는 일이다. 송강이란 한 살 많은 배다른 형제다.

대륙을 요동친 피바람과 돈바람을 그린 이 소설은 수미상관식 구조를 갖는다. 우주 여행에서 막 돌아온 그가 소설의 초입을 열더니, 자신의 파란 많은 삶(또는 중국 현대사)을 돌아다 보고는 우주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허삼관 매혈기> 를 옮긴 최용만 씨의 번역문이 입에 붙는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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