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은 7월 1일 시행되는 비정규직 보호법 대응에 고민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의 이날 대책에는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보호에 모범을 보일 테니 민간도 따라오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기자 브리핑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먼저 정규직 전환을 선도함으로써 민간 기업에서도 최대한 많은 사업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하도록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당초 5만명 수준으로 잡았던 정규직 전환 숫자를 7만명까지 끌어 올린 것도 민간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정규직화는 ‘무기(無期)계약 근로자’의 개념이다. 정부는 정규직으로 바뀌는 인력 관리에 대해 “학교를 포함한 행정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람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정규직으로서 ‘무기계약 근로자 관리지침’에 따른다”고 밝히고 있다.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음으로써 기존 정규직처럼 고용은 보장하되, 별도의 무기계약 직군으로 묶음으로써 임금 정년 등 근로 조건에서 일반 정규직과의 차이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신분은 정규직이지만 처우는 여전히 비정규직인 ‘중규직’만 양산함으로써 완전한 정규직화와는 거리가 먼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안 된 사람들의 불만과 좌절감 처리도 향후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규직 전환의 기준인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하며 2년 이상 근속한 자’에 해당되고도 ▦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정업무 종사자 ▦파견ㆍ휴직에 따른 대체 인력이라는 이유 등으로 정규직화 혜택을 못 본 사람은 무려 2만여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부터 뜨거운 이슈가 돼 온 고속철도(KTX) 승무원의 철도공사 직접 고용 문제는 경제 부처들의 반대로 이번 대책에서 빠졌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박사 비정규직들도 제외됐다.
노동부는 “제외자들은 일시적 업무와 전문적 지식 또는 기술 활용자들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박사 비정규직은 이미 기간제법 시행령에서 정규직 전환 예외 직종으로 분류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뾰로통한 표정이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간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책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더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비정규직의 90%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재정적 여력이 없어 정규직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20만명 중 고작 7만명만 무기계약 전환자로 삼겠다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대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공공부문 대책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2년 후엔 정규직이 될 사람들을 미리 정규직화 한 것밖에 안 된다”며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내년 2차 대책 발표 때까지 비정규직들을 무더기 계약 해지 할 것이 뻔한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등은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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