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에 5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는 계속 감소하고 해외 주식형 펀드에만 자금이 몰렸는데, 최근 전세계에서 한국 증시의 상승률이 가장 좋다 보니 투자자들도 이제는 국내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든다.
국내 투자자금의 흐름을 짚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난다. 상당한 자금이 아주 ‘제대로’ 뒷북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은 2005년 12월, 2006년 1월이었는데, 당시 22조원에 불과하던 주식형 펀드 잔액은 두 달 만에 무려 10조원이 늘어나 32조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증시는 힘도 못 쓰고 비틀거렸고, 같은 해 5월에는 글로벌 증시와의 동반추락까지 경험한다.
국내 증시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이들 자금은 2006년 하반기에는 중국과 인도 펀드로 몰렸다. 중국 증시의 경우 2006년 한해 동안 무려 130%가 올랐기 때문이다. 인도 증시 역시 이에 못지않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잘 나가던 중국과 인도 증시도 2007년 초부터는 상승탄력을 잃었다.
한국증시가 지난 3월 이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부문 선두로 나섬에 따라 이들 투자자금은 다시 국내 증시로 몰려 들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에도 1,000~2,000억원씩 신규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마당에 다시 국내증시가 15주 연속 상승의 피로감으로 비틀거리는 것을 보니, 또 국내 투자자들이 뒷북을 친 것은 아닌지 속이 상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렇게 뒷북을 치고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산배분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또 펀드를 가입해도 최근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만 무조건 선호하는 식의 원칙 없는 투자를 하니 결과가 좋을 리 없다. 과거 은행에 가서 확정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고르듯 투자하니 말이다.
물론 그때그때 시류를 잘 타서 들어가는 펀드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투자자의 이야기가 가끔 신문지상에 소개된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또 그처럼 요행으로 돈을 번 이들 가운데 적절한 자산배분전략을 유지해온 이들보다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올린 이는 얼마나 될까.
단기 수익에만 집착하면 결국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 마련이다. 자산배분만 확실히 해놓으면,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뒷북을 친 것이 아닌가 밤잠을 설칠 일이 없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겠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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