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측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 간의 ‘말 전쟁’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급기야 25일에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안강민 검증위원장이 경선후보 5명을 불러 근거 없는 비방과 이전투구를 엄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사생결단식 막말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두 경선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0% 내외로 급격히 좁혀진 데다 검증국면도 격화되고 있어 양측의 막말 레이스는 갈 데까지 갈 것 같다.
■ 수위 높아진 말 전쟁
. 그러나 나름대로 게임의 룰이 있었고, 신사협정을 맺은 듯 상대 경선후보나 캠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삼갔다. 그런데 두 경선후보가 직접 대립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월 대전발전정책포럼 특강 발언은 실언(失言)이었지만 박 전 대표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박 전 대표는 4ㆍ25재보선 직후 선거 패배 책임 논란이 벌어지자 “(행정수도 이전을)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하는 분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겠느냐”.
그러나 당시만해도 점잖은 수준이었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핵심 측근들이 전면에 나서 막말 공방의 불을 당겼다. 이 전시 장측의 정두언 기획본부장, 박형준 진수희 장광근 대변인 등과 박 전 대표측의 유승민 정책총괄단장, 이혜훈 대변인, 최경환 종합상황실장 등이 주공격수의 역할을 했다.
모두들 캠프 내에서 후보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강경파들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강경파들이 전면에 나선 데다 일부 인사들의 충성 경쟁까지 가세해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시정잡배 수준의 말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양측이 선택하는 말고 어휘는 수준 이하가 됐다. “이중 플레이” “생떼” 등 불신과 적의를 드러내는 말들은 어느덧 점잖은 표현이 됐다.
“이 전 시장은 선거법 위반 전문인가”(박 전 대표측 이혜훈 대변인) “백설공주처럼 초연한 척 하더니 이중성이 나타나고 있다”(이 전시장측 장광근 대변인) 등 후보에 대한 노골적 비방을 담은 발언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저질 공격은 상대 경선후보에 멈추지 않고 측근을 향해서도 난무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정책총괄단장은 한반도대운하 보고서 배후 공방과 관련 이 전 시장측이 언론에 보고서를 유출한 진원지로 자신을 지목하자 “상종하지 못할 인간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유 의원은 싸가지가 없다”고 맞불을 놓았다. 정 의원은 이어 “배후로 유 의원을 지목한 적도 없는데 국회의원직 포기와 형사처벌 운운하며 동료의원을 협박했다”며 유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서까지 당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유 의원은 “대운하를 만드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라고 발언, 이 전 시장측과 ‘대운하 사기극’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이 전 시장측 박영규 공보특보는 강창희 전 최고위원이 조직책 선정과 관련 3,000만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박 전 대표 캠프의 핵심 측근이 기억조차 하기 싫은 차떼기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논평했다.
아직 사실 확인도 안된 주장인데 ‘박 전 대표 사람’이라는 이유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측 조직총괄본부장인 김무성 의원도 이재오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를 호도했다면서 “당 최고위원으로서 대접받을 자격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전시장측에선 박 전대표측 홍사덕 선대위원장을 향해 “당적도 없으면서 선거운동을 할 자격이 되느냐”고 기회있을 때마다 공격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러다간 양쪽이 모두 망한다”(안상수 당 범국민정치공작저지특위 위원장)는 우려도 팽배하고 경선 후의 심각한 후유증을 걱정하는 소리도 크지만 양 진영의 극한 대립 속에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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