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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블레어' 권력 금단 견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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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블레어' 권력 금단 견딜까

입력
2007.06.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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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전 총리, 전 국회의원…

겨우 한 단어에 불과하지만 ‘전직(ex)’이란 단어는 당사자에게 하늘과 땅 사이와 다름없는 엄청난 신분의 변화를 의미한다.

BBC방송 웹사이트는 27일 10년 동안 몸담았던 다우닝가 10번지를 떠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전직’ 총리가 됐을 때 그가 맞닥뜨릴 새로운 운명에 대해 짚어보는 기사를 24일 실었다.

BBC에 따르면 총리직을 떠난 후 가장 비참한 상황에 빠진 사람은 1945년 2차대전이 승리로 끝났지만 총선에서 패한 후 가계가 파산 상태에 이르렀던 윈스턴 처칠이다.

다행히도 블레어는 처칠과 달리 자동차와 경찰관 기사, 24시간 경호를 받을 예정일 뿐 아니라 매년 6만4,000파운드(약 1억1,800만원)의 총리 연금과 8만4,000파운드(1억5,500만원)의 사무실 경비까지 지원 받게 된다.

하지만 그도 다른 ‘전직’ 총리들이 겪었던 심적, 생활적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을 듯하다. 블레어의 측근은 “그가 가장 아쉬워할 것은 ‘1급 정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말해주는 정보기관의 기밀 보고서나 브리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됐던’ 생활에서 벗어나면서 일상에서 부딪칠 문제들이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재임시절 그의 오른팔이었던 찰스 포웰은 대처 전 총리가 총리 관저를 떠난 지 1~2주일 후에 배관에 문제가 있다며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때를 기억한다. 포웰이 ‘배관공을 부르세요’라고 말하자 긴 침묵이 흘렀다.

대처는 ‘어떻게 해야 되는데?’라고 물었고, 포웰은 ‘전화번호부를 보세요’라고 말했지만 대처는 방법을 몰랐다. 결국 포웰이 대신 전화번호부에서 배관공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큰 고민은 갑작스레 찾아 온 한가한 날들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보수당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켄 클라크는 “퇴임하는 기업의 수장들처럼 토니도 총리 퇴임 후 세계의 지도자가 되는 등 ‘큰 일’을 하기를 원하겠지만 곧 토니는 그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총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어의 전 공보관이었던 앨라스테어 캠벨은 블레어의 퇴임 후에 대해 좀더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아직 54세로 젊은 블레어는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앨 고어 전 부통령처럼 ‘기후 변화’나 ‘아프리카 구호’처럼 관심을 가지고 성취할 만한 이슈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블레어는 500만파운드(92억7,000만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고록’이라는 금광 위에 앉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버는 돈이 ‘권력’이라는 약의 금단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까? 찰스 포웰은 “마거릿 대처가 총리 퇴임 후 행복한 날을 보내지 않았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전직’ 총리들이 공감하는 것 하나는, 앞으로는 그렇게 신나는 직업을 가질 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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