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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시즌 첫 10승 두산 투수 리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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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시즌 첫 10승 두산 투수 리오스

입력
2007.06.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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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최장수 용병인 다니엘 리오스(35ㆍ두산)를 만나면 언제나 유쾌하다. 항상 웃는 두 눈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한번 질문을 던지면 그의 답변은 쉴새 없이 이어진다.

야구에 대한 그의 철학은 그만큼 단호하고 명확하다. “나는 에이스란 말을 싫어한다. 자칫 다른 투수와 편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10승으로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선 ‘유쾌한 진지남’ 리오스를 24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야구남 리오스

한국 무대 6년째를 맞은 리오스는 올시즌에도 변함없이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일찌감치 외국인 사상 첫 20승의 꿈을 부풀리고 있고, 평균자책점도 1.63으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2004년부터 3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한 ‘철완’답게 올해도 최다 이닝 투구(110과3분의2)를 기록하며 ‘이닝 이터’로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쉽지 않은 기록이지만 모두 수비 덕분”이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KIA 시절 김동주가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잘해서 너무 얄미웠는데 같은 팀이 되어 너무 좋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45세까지 뛰고 싶다”는 그는 “해가 바뀔수록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좋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한때 96마일(154㎞)까지 찍었는데 스피드는 다소 아쉽다”고 자평한다. 요즘도 가끔 150㎞대를 찍었다고 귀띔했더니 ‘하하’ 웃는다. “바람 타고 가끔씩요? 그래서 인천 문학구장이 제일 좋다니까요.”

혹시 일본행에 대한 욕심은? “그동안 많은 이닝을 던졌고, 나이도 많다. 2002년 KIA 시절에도 일본행 얘기가 돌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없더라.”

매력남 리오스

그의 아내 캐런(31)은 발레 댄서 출신. 네살 난 딸 가브리엘과 7개월 된 아들 매튜의 방에는 예상대로 각각 발레와 야구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다. 그래도 자식들이 원하는 길을 가도록 돕겠다는 마음가짐은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100% 정열을 쏟을 마음이 없을 경우에만 말릴 겁니다. 그런데 만약 아들이 발레하고 딸이 야구를 한다고 하면 어쩌죠?”

‘몸에 맞는 볼’ 얘기로 화제가 옮겨가자 멋쩍은지 크게 웃어 버린다. 2003년 6월엔 2경기 연속 사구 퇴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도 몸에 맞는 볼 29개로 여전히 타자들의 기피대상이다.

“몸쪽 싱커를 즐겨 던지기 때문이지 고의는 아니다. 아마 어머니가 타석에 들어선다 해도 공을 맞힐지도 모르겠다.” ‘친구를 사귀려면 바깥쪽 공을 던지고, 돈을 벌려면 몸쪽 공을 던져라’는 메이저리그 격언이 새삼 떠올랐다.

진지남 리오스

리오스는 쉬는 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차를 몰고 이곳 저곳을 다닌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거제도라고 했다. “굴곡이 많은 산길이 좋아서”다. 가브리엘이 태어난 뒤론 어린이공원이나 박물관이 주무대가 됐지만 여행은 여전히 그의 취미다.

그의 인생도 굴곡의 연속이었다. 부모는 쿠바 출신으로 이민 가족이다. 리오스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났고, 두 살 때 미국 마이애미로 다시 이민 갔다. ‘바른 생활의 사나이’처럼 보이는 그도 소싯적엔 싸움도 숱하게 했다. “위험한 마이애미에서 싸움은 생존을 위해 필수였다.”

위기도 있었다. 2000년 캔자스시티에서 방출된 뒤 우여곡절 끝에 멕시칸리그에서 뛰었지만 KIA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수차례 은퇴를 고민했다. 때문에 그는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돌아볼 줄 안다. 훈련을 돕는 불펜 포수들에게 자비를 들여 선글라스를 선물하고, 구단에서 주는 월간 MVP 상품은 버스 운전사, 라커 관리인에게 돌린다.

KIA 시절 ‘이오수’라고 불렸던 리오스의 ‘생존비법’은 무엇일까. “열린 마음이 중요합니다.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인과 어울려야죠.” 웬만한 한국 신문도 ‘술술’ 읽는 리오스는 ‘한국형 용병’답게 소문난 떡갈비 킬러, 삼계탕 마니아다. 보신탕을 먹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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