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들께서는 국가가 대신 혈육을 돌봐줄 거라고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라는 책임을 방기했죠.”
네 살 때인 1953년 2월 6ㆍ25 전쟁에 참전한 부친이 전사하고 모친마저 개가해 졸지에 고아가 됐던 이병수(58)씨.
‘대한민국 6ㆍ25전몰군경 유자녀회’(이하 유자녀회)의 재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비슷한 처지의 유자녀들이 현재 지급되는 ‘수당’ 대신 정당한 ‘보상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을 개정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고 있다. 국가유공자>
정부가 전쟁 유족 등에게 연금을 지급한 것은 61년 11월 <군사원호보상법> 이 공포되면서부터. 그러나 자녀의 경우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만 대상으로 규정, 6ㆍ25 참전용사의 유자녀가 연금을 받은 기간은 길어야 10년 남짓이었다. 월 연금액은 65년까지 당시 물가로 쌀 서말 값인 500원이었고, 그나마도 몰라서 못 받은 사람이 많았다. 군사원호보상법>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친척집에서 구박덩이로 자랐다는 이 씨는 “그래도 고등학교는 제때 졸업해 번듯한 직장에 다녔던 나는 행복한 경우”라면서 “배운 거 없고 가진 것 없고 나이 들어 병까지 얻어 고생하는 유자녀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1995년 최순욱씨의 분신으로 유자녀들에 대한 보상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정부는 ‘6ㆍ25 전몰군경 자녀 수당’을 신설, 2001년부터 지급(현재 월 43만9,000~49만6,000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자녀들은 “적선하듯 주는” 수당이 아니라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민주당 채일병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씨는 “당장 보상금을 지급하기 어렵더라도 법만이라도 개정해 명예회복부터 시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유자녀들의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선친이 군사훈련을 받았던 제주 모슬포에서 전사한 강원 철원까지 국토순례 대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남북화해를 한다면서 전쟁 유족의 상처를 방치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도 통일을 원합니다. 다 함께 통일의 길에 나서려면 상처부터 씻어줘야죠.”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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